[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 글로벌 특허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됨에 따라 저렴한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 시점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위고비의 시장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장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는 내년 3월 인도를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브라질, 터키 등 여러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다.
특허 만료에 따른 영향은 이미 일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인도에서는 이미 약가인하가 이뤄졌다. 중국에서는 CSPC제약 등 현지 업체들이 제네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중국 내 가격 인하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약가인하 움직임이 없지만, 향후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제형 등이 경쟁에 뛰어들면 약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국내 특허는 내년 이후 만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사 노보노디스크 측은 구체적인 만료 시점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미약품의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연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최근 임상 3상 중간 결과도 공개돼 시장의 기대가 크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이지만, 한국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임상은 당뇨병이 없는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40주차 분석 결과, 투여군은 평균 9.75%의 체중감소를 보였다. 위약군은 0.95%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체중이 5%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이 79.42%로, 위약군의 14.49%보다 월등했다. 10% 이상 감량한 비율은 49.46%, 위약군은 6.52%였고, 15% 이상 감량한 비율은 19.86%로 위약군(2.90%)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BMI 30 이하 여성에게서 두드러진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정부는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평균 420일 걸리던 신약 심사 기간을 최대 240일로 단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SK바이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심사 기간이 9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새로 제정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지침이 적용된 첫 사례다. 이 같은 환경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빠른 허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신약이 품목허가를 받은 뒤 출시까지 평균 3~6개월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내년 하반기 내로 허가를 받아 상용화까지 이른다면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 시점에 맞물릴 수도 있다"며 "시점이 틀리더라도 한미약품이 보유한 네트워크, 브랜드 인지도로 위고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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