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컬리가 창립 10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의 결실을 맺었다. 오랫동안 적자 논란과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해 품질·물류·기술 중심의 기반 구축에 집중해 왔고, 이러한 장기 투자가 올해 3분기 실적으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7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약 105억원 개선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당기순이익은 23억원으로 분기 기준 창립 이후 첫 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전체 거래액(GMV)도 8705억원으로 10.3% 증가하며 외형 성장세도 유지됐다.

매출 증가 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수익성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영업이익 개선폭이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늘었고 거래액 대비 이익률이 개선되며 운영 효율화가 수치로 입증됐다. 이는 비용 구조 재정비, 고정비 부담 완화, 물류 효율 극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컬리의 실적 반전은 사업 구조의 변화에서도 기인한다.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7%대 성장률을 기록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프리미엄 식품·뷰티 등 고객단가가 높은 카테고리가 꾸준히 확대되며 매출 기반을 넓혔다. 여기에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N마트'가 신규 유입 채널로 작동하며 거래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기술·물류·플랫폼 확장이 만든 구조적 전환점
창립 10년 동안 가장 공들였던 물류·기술·큐레이션의 고도화가 올해 들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특히 컬리의 상징이 된 '샛별배송'은 단순한 새벽배송이 아니라 AI 기반 수요 예측, 자동화 재고 관리, 온도·습도 통합 관제, 산지별 품질관리 매뉴얼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독자적 물류 생태계다.
최근에는 샛별배송 권역도 경주를 시작으로 포항·여수·순천·광주 등 11개 지역까지 확대돼 신규 고객 유입과 주문량 증가로 이어졌다.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투자와 배송 동선 최적화도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개선을 동시에 이끈 요소로 평가된다.
김슬아 대표는 '신선식품은 유통이 아닌 기술 기반의 품질 사업'이라는 철학으로 초기부터 직접 물류센터 구축과 콜드체인 고도화를 밀어붙였고 이는 폐기율 감소·고객 충성도 유지·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등 구조적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사업 구조 다변화도 수익성 개선에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직매입 비중을 낮추기 위해 판매자배송상품(3P)과 풀필먼트서비스(FBK)를 확대한 결과, 3P 거래액은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했다. 이는 재고 부담 감소·운영 효율 증대·수익 다각화라는 삼중 효과로 연결되며 이번 흑자 전환의 동력이 됐다.
기술 투자 역시 컬리의 경쟁력을 받쳐온 축이다. AI 수요 예측과 자동 피킹·패킹 시스템, 개인화 큐레이션 알고리즘, 신선도 유지 설비 등이 결합되며 운영 안정성이 강화됐고, 계절·비수기 변동에도 낮은 폐기율과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슬아 대표의 뚝심 있는 경영이 10년 만에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며 김 대표의 지분율이 5%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IPO 추진 시 경영권 안정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리는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신선·프리미엄 식품 경쟁력 강화, 컬리N마트 등 신규 플랫폼 안착, 뷰티·3P·FBK 사업 확대, 물류·AI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은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의 활성화와 안정적 안착에 더욱 집중해 성장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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