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돌파구"⋯유통업계 동남아 진출 '러시'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업계의 발걸음이 동남아시아로 모이고 있다. 동남아가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구매력도 높아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해외 무대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내수 침체에 속앓이 중인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패션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5년 안에 해외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지난해 기준 1억6000억원 수준인 해외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에는 동남아 사업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동남아는 소비 여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같은 프리미엄 복합단지를 베트남 주요 도시에 2030년까지 2~3개 신규 출점할 예정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지난해 12월 누적 매출 3000억원을 넘기며 개장 1년 3개월 만에 방문객 1200만명을 돌파했다. 하노이 전체 인구수 860만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롯데마트는 다양한 포맷의 신규 점포 출점과 샵인샵 매장인 '롯데마트 익스프레스'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의 선진 유통 시스템과 상품기획력(MD)을 동남아 현지 쇼핑시설에 전파하는 컨설팅 등 다양한 신규 사업도 벌인다.

이마트 역시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마트는 몽골과 베트남에서 각각 5곳, 3곳의 매장을 냈다. 노브랜드 매장은 필리핀에 16곳, 라오스에 3곳을 출점했다. 해외 진출 국가 대상으로 이마트 브랜드를 강화하고, 파트너사 추가 출점·사업 형태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 이커머스 합작법인(JV)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넘어 국내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지난 18일 JV 기업결합 승인 직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발표했는데, 첫 진출 지역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을 콕 집었다. K팝과 함께 드라마, 영화 등이 연일 화제를 모으며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업계도 국내에서 포화 상태에 다다른 점포를 매달 100개가량 없애고 있으나, 동남아 시장 개척에는 분주하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 CU는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등에서 이미 수백개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하며 현지 사업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내수침체 직격탄을 맞은 패션기업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지난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엠초이스&민트 어워드 2025'에서 시스템·시스템옴므 패션쇼를 진행했다. 한섬이 국내와 유럽이 아닌 동남아 현지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섬은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태국을 교두보 삼아 향후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목표다. 이번 패션쇼에 참가한 태국 현지 패션·유통 관계자들의 반응을 살펴 홀세일(도매) 계약을 추진하고, 태국 내 팝업스토어나 정식 매장 오픈 등도 검토하고 있다.

동남아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지에서 기존 중저가 중심의 패션 수요가 고품질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로 빠르게 확산하며 럭셔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을 때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모습"이라며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한류 열풍 등 유통 환경에 긍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체감한 기업들의 러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