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고가 항암제의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청원이 확산되고 있다. 주인공은 뇌 전이 유방암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항암제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 [사진=SEAGEN]](https://image.inews24.com/v1/24dd6a774024e6.jpg)
투키사는 미국 제약사 시젠(Seagen)이 개발한 경구용 항암제로,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된다. HER2는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이며,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신호를 전달한다. HER2 양성은 이 단백질이 과발현돼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투키사는 저분자로 설계돼 혈뇌장벽(BBB)을 통과, 뇌 전이 암세포까지 치료할 수 있는 점에서 혁신 신약으로 평가된다. 반면 기존 항체 치료제인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은 HER2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지만, BBB를 통과하지 못해 뇌 전이 치료에 한계가 있다.
시젠이 앞서 공개한 임상(HER2CLIMB) 결과에 따르면, 투키사는 기존 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병용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9.9개월로 대조군(4.2개월)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사망 위험률(HR)은 68% 감소했다. 전체 생존기간(OS)도 18.1개월로, 대조군(12개월)보다 길어져 사망 위험률이 42% 줄었다. PFS는 증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투키사는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2개월 기준 비용만 평균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정식 판매가 지연되면서 일부 환자는 개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조차 절차가 복잡하고 수개월이 걸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유방암 뇌전이 치료제 투키사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및 신속한 처리 요청에 관한 청원'이 나오고 했다. 현재 4만2000명 이상이 국민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높은 약가에 더해 또 다른 문제는 투키사를 병용요법으로 적용할 때다.
청원인은 "투키사와 다른 항암제와 함께 써야 하는데 비급여 항목이다 보니 원래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나머지 약마저 비급여로 전환돼 연 2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 [사진=SEAGEN]](https://image.inews24.com/v1/f9ffe741c011f7.jpg)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 출신 가수 유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큰언니가 2020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힘겹게 치료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돼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행히 효과적인 치료제를 찾아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며 청원 동참을 요청했다.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약가 협상과 경제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제약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급여를 신청하면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와 비용을 따지고,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가격 협상을 마쳐야 최종적으로 급여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투키사처럼 가격이 높고 환자 수가 제한적인 약물은 경제성 평가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보험 적용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심평원 역시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제도 개선에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고가의 항암 신약이 시판될 때마다 매번 급여를 적용하면, 재정 악화 우려가 커져 단기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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