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진정한 사과 없이 직무 복귀를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에 호평으로 일색한 국민의힘이 빈축을 사고 있다. 분량이 A4용지 77쪽이나 되는 최후진술에서, 계엄의 위헌성과 혼란에 대한 반성보다는 '비상계엄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정치권의 다수 의견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광역·기초의원 연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0c33610307d20.jpg)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진술이 긍정적이고 국민께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진술 후반부에서 직무 복귀 후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을 깊이 생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께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좀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당의 대통령으로서 (탄핵 기각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의 진술이 처음과 끝이 관통하면서,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갖췄다"며 "헌재가 정치적 판단이 아닌 공정하고 현명한 법적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변론을 직접 방청한 그는 전날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은 계엄 전후 과정에서 드러난 위헌·위법적 조치에 대한 인정 없이,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본인 책임을 전가하는 데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광역·기초의원 연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6627410e248d0.jpg)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난입한 이유를 두고 "자신들의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다.
군경 수뇌부가 본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는 증언이 쏟아진 데 대해서도 "준비된 작전 계획이 없었다.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며 강변했다.
변론 시작 전, 계엄으로 인한 정국 불안정과 관련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권 원내대표의 기대까지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짧은 사과만 남겼다. 그러나 그마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이라는 말을 앞에 달아 진정성이 줄었다는 평가다.
탄핵 후 조기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이러한 최후 진술을 모두 본 후에도 윤 대통령을 감싼 것은, 결국 앞으로도 윤 대통령 손을 놓지 않고 고정 지지층 위주의 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이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옹호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가 대선 준비는 추후 꾸려질 선거대책위원회에 떠넘기고, 이후 자신들의 당권만 공고히 하겠다는 속내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날 당내에서 윤 대통령 최후 진술에 쓴소리를 하는 인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재 결과에 따른 승복, 분열이 예상되는 것에 관한 국민통합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대표적 탄핵 찬성파인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탓 또는 본인에 대한 변명, 또 본인 지지자들에 대한 결집 이야기, 나아가 헌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던데 그건 본인이 하실 얘기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아직도 제왕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시구나 하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같은 당의 모습에 대해 "당 주류가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 지지층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탄핵 인용 후 대선에서 '탄핵 반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굳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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