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25일 종료됐다. 비상계엄 선포 84일 만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밤 10시 14분까지 총 8시간 넘게 진행된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의 '파면' 결정을, 윤 대통령 측은 '탄핵 기각'을 피 말리는 심정을 담아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국회 소추위원단장 자격으로 나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자신의 탄핵심판정에 마지막으로 선 윤 대통령이 각각 40분, 1시간 10분간 이어간 최후진술은 화려한 수사(레토릭) 대결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다.
'달 그림자', 허상 또는 목격자
정청래 위원장은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한 계엄군들의 폭력행위를 지켜보았다"며 윤 대통령의 파면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면서 "하늘은 계엄군의 헬기 굉음을 똑똑히 들었고, 땅은 무장한 계엄군의 군홧발을 보았다"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도 목격자"라고 했다.
정 위원장의 이런 표현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을 두고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느니, 받았느니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다"고 한 말을 비꼰 것이다.
12·3, '준국가비상사태' 또는 '尹만의 위기'
헌법 제77조 제1항이 명시한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놓고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문을 언급하면서 "지금도 2024년 12월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있었다고 생각하나. 혹시 명태균 황금폰으로 인한 본인만의 위기는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우리나라 현실이 국가비상사태라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나"라며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하여,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영구 집권 꿈꿨나" vs "거대야당 선동 공작"
정 위원장은 탄핵심판 증인에 섰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과 국회 내란국조특위에서의 노영훈 방첩사 수사실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증언을 언급하면서 "피청구인 측의 '의원'을 '요원'으로 둔갑시키려는 꼼수는 실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야당이 종북 반국가 단체라서 그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 구금하려 한 것이라면, 집권여당의 대표는 왜 체포하려 했나. 결국 피청구인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허울을 씌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의 씨를 말리려 했던 것은 아닌가.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영구집권을 꿈꿨던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윤 대통령은 '공작 프레임'이라며 맞받았다. 그는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방송으로 전 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내란을 보았나. 거대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려는 선동 공작"이라고 일축했다.
'눈알' 같은 예산 삭감 책임은 누구?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거대야당의 줄탄핵, 입법 폭주와 함께 예산 폭거를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특히 핵심 국방 예산 삭감을 지적하면서, "거대야당은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전체 예산 가운데 겨우 0.65%를 깎았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거대야당이 삭감한 국방 예산은 '우리 군의 눈알'과 같은 예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 위원장은 국가 예산편성권은 행정부에 있고 예산심의 의결권은 국회의 권한이라는 점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용처를 소명하지 못해 국민혈세 낭비로 지목되었던 검찰 특수 활동비를 삭감했다고 계엄을 한다면,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피청구인은 누가 응징해야 하나. 1%도 되지 않는 국가 예산을 깎았다고 비상계엄을 한다면 매년 비상계엄을 해야 하는데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또 비상계엄을 할 작정인가"라고 말했다.
직무 복귀하면 "매우 위험"vs "개헌 주력"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한 직무 복귀 후 국정운영 구상이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 가능성을 '만에 하나도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일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다시 복직하면 또다시 비상계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규정하고, "탄핵이 기각되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둥 허무맹랑한 식언을 잠시 후에 들을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적반하장, 남 탓만 하는 '아무말대잔치'를 이제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후 최후진술에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5일 탄핵심판 변론종결 기일에 출석해 각각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DB 및 재판매 금지]](https://image.inews24.com/v1/568df77847dbe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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