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무부가 민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변동이율제를 도입하고 일명 '가스라이팅' 당한 상태에서 맺은 계약을 무력화 하는 법적 근거를 두기로 했다.
법무부는 7일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법률행위 △법정이율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계약의 성립‧효력‧해제 △담보책임 등 민법상 '계약법' 200여개 조문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407e12cf7efbe.jpg)
법정이율 연 5%…67년간 유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변동이율제 도입이다. 현행 민법 제379조는 고정된 법정이율을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는 한 법정이율을 연 5%로 한다. 1958년 제정시부터 지금까지 67년간 유지되고 있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당사자의 이익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법무부 개정안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율, 물가상승률, 그 밖의 경제 사정의 변동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리, 물가 등 경제 사정 변화에 따라 법정이율이 조정되는 변동이율제를 도입해 경제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불합리한 이익이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심리적 약자 '계약 취소권' 보장
법무부는 '심리적 우위'에 있는 상대방과의 계약관계에서 약자을 보호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른바 '가스라이팅' 관계나,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의 관계에서 맺은 계약의 경우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하고 있는 심리적 약자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신설 개정안은 '심리적 의존 상태 또는 긴밀한 신뢰관계에 의해 의사의 형성에 부당한 간섭을 받아 행하여진 의사표시는 그러한 간섭이 없었다면 이를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기존의 착오 취소 또는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공백이 있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법리를 도입해,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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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상 '사정 변경' 규정 명문화
계약을 맺게 된 중요한 사정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크게 바뀌는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사정 변경으로 계약을 수정하거나 해제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법원의 판례로 그 공백을 메워왔으나 이번에 법적인 규정을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신설안 제538조의 2(사정 변경) 1항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고 당사자가 계약 성립 당시 이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의 수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했다. 2항은 '계약의 수정이 가능하지 아니한 때 또는 그 수정이 변경된 사정 아래에서 사회관념상 당사자에게 기대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손해배상 방법으로 원상회복 청구와 정기금 배상 적용범위 확대 △담보책임 체계 합리화·단순화 및 대금감액청구권 등 구제수단 확충 △대리권 남용, 대상청구권 등 법리 성문화를 이번 개정·신설안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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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 3월 19일까지
법무부는 법적 안정성 제고와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2023년 6월, 교수‧법관‧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총 25명 규모로,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김재형 전 대법관이 검토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3월 19일까지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에는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한 다음 올 상반기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사법(私法)의 근간인 민법을 국민이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함으로써, 국민이 성문의 법률을 통해 사법상 권리를 실현하고 법률분쟁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어 국민의 편익과 '민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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