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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증권사'다운 사회공헌활동을 기대하며


"천편일률적 행사 대신 기업·업종별 장점 담은 활동 고민해야"

[윤지혜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 한창이다.

영등포 쪽방촌에 연탄을 배달하는가 하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김치 담그기 행사도 줄을 잇는다. 어린이들을 놀이공원이나 농구장에 초청해 문화·스포츠 체험을 제공하거나, 반찬과 영양제 등을 전달하는 봉사활동도 진행됐다.

잇단 행사에 한 증권사 대표는 자사 봉사활동부터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지주 행사까지 모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잠시 주춤했던 증권가 사회공헌활동이 부활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55개 증권사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1%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매사 혁신을 강조하는 증권가에서 연말연시 봉사활동을 매년 똑같이 진행하는 점은 아쉽다. 사회공헌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도 단순 자선을 뜻하는 CSR(사회적책임경영)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CSV(공유가치창출)로 바뀌고 있어 더 그렇다.

이미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증권사들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회공헌방법을 찾아 나섰다. '소셜투자(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의 착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민간업체가 정책과제를 달성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되, 실패하면 1원도 주지 않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골드만삭스는 미국 유타주의 저소득층 자녀에게 취학 전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에 46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한 후 보충수업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면 정부로부터 보충수업 예산만큼의 수익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단, 보충수업을 줄이는 데 실패하면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로 골드만삭스는 26만7천 달러의 수익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취학 전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서 수익도 창출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다. JP모건은 이러한 소셜투자가 2020년까지 4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이 '천사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결식아동 지원, 쪽방촌 삼계탕·연탄 나눔 활동 등 단순 자선활동에만 쓰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들이 흙먼지와 뒤엉켜 김치 몇 포기 담고 농촌 봉사활동 며칠 한다고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라며 "기업·업종별 장점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 증권업계는 '보여주기식' 행사만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회공헌활동에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국내 증권사도 색다른 사회공헌 문화를 만들어 가길 바라본다. 증권업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 2017년, 증권사 사회공헌활동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기를 기대한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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