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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연중 세일' 百, 세일보다 경쟁력 강화할 때


[장유미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17일부터 올해 마지막 세일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최대 물량'을 강조하며 다양한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고 있다. 이미 잦은 세일로 구매 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2013년 101일, 2014년 102일, 작년 97일, 올해 95일간 세일을 했다. 최근 4년간 평균 세일 일수는 99일이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세일 일수는 101일, 102일, 90일, 88일이며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4년간 101일, 86일, 103일, 77일간 세일을 했다. 이는 백화점 전 지점이 동시에 진행하는 정기세일만 집계한 것이다.

백화점들은 보통 매년 1월, 4월, 7월, 10월, 12월에 정기 세일을 실시한다. 지난 2014년 신세계백화점이 정기 세일을 줄이면서 백화점들의 정기 세일 일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세일 일수까지 감소한 것은 아니다. 백화점들이 정기 세일 외에도 명절, 크리스마스, 창립기념 등을 계기로 각종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브랜드 세일, 해외명품 대전 등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이를 세일 일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작년부터 정부가 주도해 쇼핑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각 브랜드들도 자체적으로 창고 대방출 성격의 대형 세일 행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 온라인몰에서는 가격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세계적인 쇼핑 행사들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몇 년 새 급부상했다.

이처럼 세일이 잦고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이 점차 세일에 둔감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잦은 세일로 '정가에 물건을 구입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세일 기간이 아니면 지갑을 열기 꺼려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펼친 것이 고객들에게 가격에 대한 불신만 심어준 꼴이다.

한 때 국내에서는 세일 행사의 난립으로 각종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세일 기간을 규제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연 4회, 1회당 10일 이내로 제한했고 1983년에는 연 90일 이내 범위에서 횟수와 기간에 관계 없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또 1989년에는 '사기세일' 논란으로 세일 기간이 60일 이내로 다시 축소됐고 여론에 따라 기간을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해오다 1997년 세일 기간 제한이 폐지됐다.

현재는 세일 일수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지만 업체들의 세일 난립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일 당시에는 매출이 늘었더라도 이후에 매출이 줄어 '제로섬'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또 각 제조사들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세일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가격 거품 논란에 휘말려 고객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고급 매장의 이미지를 고수하던 백화점들 역시 주도적으로 연중 세일에 나서면서 이미지 타격을 입고 있다.

잦은 세일로 유통업계 전반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를 이끌고 있는 백화점들이 이제는 먼저 세일 기간을 줄이고 좀 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방안과 다른 유통채널과의 차별화 요소를 개발해 선보여야 할 때다. 할인 행사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혜택과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금처럼 과도한 세일이 계속되면 결국 판매자와 제조사 모두 공멸할 위험이 크다. 줄줄이 폐점하고 있는 일본 백화점의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또 "향후 유통업계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성공의 키포인트"라고 강조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말처럼 백화점들이 다른 방법으로 채널 경쟁력 강화에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더 이상 과소비를 조장하는 세일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차별화된 콘텐츠 구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백화점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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