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성시대](上) 싸고 다양해 매력 'UP'


ETF 자산총액 23조 '사상 최대'…장·단기 투자대안 각광

상장지수펀드(ETF)가 뜨고 있다. 불완전 판매와 원금 손실 사태로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재로 부각되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ETF 시장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윤지혜기자] 올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이 사상 최대치인 23조원을 돌파했다. ETF란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펀드'를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보다 8.3%가량 성장한 23조4천201억원을 기록했다. 일평균거래대금도 7천96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늘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ETF는 투자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브렉시트가 확정됐던 지난달 24일에는 일일거래대금이 사상 최고치인 2조9천345억원을 기록했다. 전날(6천261억원)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와 정부 정책에 힘입어 ETF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ETF가 급격히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ETF의 가장 큰 장점은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TF는 거래소에서 하나의 종목으로 상장된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팔듯 HTS(PC용 주식거래시스템)와 MTS(모바일 주식거래시스템)에서 ETF를 실시간 매매할 수 있다. 가입·환매가 며칠씩 걸리는 펀드와 달리, ETF는 매매가 쉬운 만큼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 수익을 얻는 데 유리하다. 브렉시트 후 ETF가 크게 인기를 얻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수·섹터·테마별로 다채로운 ETF 상품이 마련돼 있으며 투자자산도 주식·채권·원자재·부동산 등으로 다양해 자산 배분에도 적합하다. 그 중 금·은 등의 안전자산과 연계한 ETF는 장기 투자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해외형 ETF까지 더하면 투자자의 선택지는 훨씬 더 넓어진다. 특히 지난 2월부터 해외주식 ETF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ETF 순자산총액은 4천810억원으로 정책 도입 당시보다 21% 증가했다.

현대증권 오재영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ETF가 주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통해 방향성에 단기 베팅하는 용도가 주를 이루지만, 향후에는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자산에 대해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ETF의 장점이 부각되며 자산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점차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ETF 규제완화…ETF 시장 퀀텀점프 계기"

금융당국이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효율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ETF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ETF 전성시대를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ETF를 자산관리 대표 금융투자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펀드가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활성화를 추진한다. 종전에는 펀드가 다른 펀드의 투자할 경우 피투자펀드 증권 총수의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0%로 확대된다. 또 펀드가 자산 총액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다른 펀드의 범위에 채권형 ETF를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재간접 펀드 운용 요건이 완화되면서 ETF 매수 기회를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주로 운용해왔던 재간접 펀드에 국내 자산운용사도 적극 뛰어들면서 ETF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현빈 ETF전략팀 부장은 "자산을 배분하는 데 ETF만큼 편리한 상품이 없다"며 "재간접 펀드는 펀드 안에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는 만큼 해외주식·채권·골드 ETF 등을 활용한 자산 배분형 재간접펀드가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구조화 ETF 활성화를 위해 파생상품의 위험평가액(최대 손실 금액) 한도를 100%에서 200%로 확대했다. 그동안 위험평가액 한도를 엄격히 제한해 다양한 ETF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발맞춰 거래소는 하락장에서 2배 수익을 볼 수 있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연내에 상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버스 레버리지 ETF 출시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으나 자칫 지수 하락을 부추겨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금지돼 왔다.

추종 지수의 가격이 올라야 수익을 거두는 일반 ETF와 달리, 인버스 ETF는 추종 지수의 가격이 내려야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에 투자해 일반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커져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시장은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서 2배 이상 성장했다"며 "인버스 레버리지 ETF도 시장이 다시 한번 퀀텀점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근 2~3년 간 ETF 시장이 다소 쉬어가는 기간이었는데, 인버스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계기로 ETF를 잘 모르던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투자 저변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단일순 ETF시장팀장은 "기존에 인버스 ETF를 운영하지 않았던 자산운용사도 이번에 인버스 레버리지 ETF 출시를 추진하면서 인버스 1X ETF 상품까지 함께 준비할 정도로 자산운용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라며 "레버리지·인버스 2X 상품이 출시되면 상품도 다양해지고 분산투자로 인한 위험 회피도 가능해져 투자자에게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성장, ETF 우군으로 기대

아울러 ETF 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추이도 주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주로 거래 비용이 낮은 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을 운용자산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사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말한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ETF는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성과의 예측력을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동일한 자산군에 투자해도 보다 낮은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투자대상"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이 발전할수록 ETF 시장도 높은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ETF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제일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조차 전체 자산관리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되면 ETF 업계에 큰 아군이 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거래소는 올 하반기 ETF 시장 성장을 위해 기초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형 액티브 ETF를 4분기에 도입하고, 주요 선진국 시장 대표 지수에 편중된 해외 ETF 투자 범위를 신흥국 및 해외 유망 섹터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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