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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KT 1년 - 하] 미완의 성공...과제는 지금부터


 

KT 민영화는 우리나라 통신정책 환경에도 커다란 변화를 끼쳤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조직, 인사, 투자 등에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었지만 민영화 후에는 불가능해졌다.

KT는 우리나라 통신산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내전화망을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후발사업자로 참여한 KT가 앞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시내전화망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 측면에서도 KT는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 전체 매출의 54%(KTF 포함)를 차지하고 있고, 영업이익의 46.3%를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공룡' KT를 정부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국내 통신산업의 구도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통신시장은 정통부와 KT간의 이론싸움을 겸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에서 FCC(연방통신위원회)나 법무성이 AT&T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 처럼.

◆더 이상 테스트베드 역할 안돼

KT가 정부투자기관 혹은 출연기관으로 있을 때는 국내 통신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덕분에 국내 통신장비시장이 발전하는 데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 통신산업의 큰 성과중 하나인 전전자교환기(TDX) 개발과정에서도 정부가 KT로 하여금 투자를 하게 하고, 외산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를 구매토록 해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었다.

삼성, LG, 대우, 한화 등 이른바 교화기 4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관리 하에 있었던 KT의 역할이 컸다.

비단 교환기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의 개발 제품을 비싸더라도 구매해 국산 통신기기의 발전에도 KT는 기여했었다.

또 자금측면에서도 공기업 KT는 많은 기여를 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비의 상당부분을 KT가 부담했다. 현재 약 600억원 규모로 적립돼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금도 대부분 KT가 부담한 돈이다.

그러나 민영 KT에서는 이같은 일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KT가 납품업체 수를 관리하기 시작한데서 보듯이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민영화된 이상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용경 사장도 '주주이익 우선'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법대로

이같은 환경변화는 국내 통신산업에서의 KT의 '절대적'인 위상 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민영 KT가 민간기업의 효율성만을 내세울 경우 공익적 성격이 강한 통신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고, 후발사업자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영화를 앞두고 '한국통신공사법폐지법률'을 만들어 민영화 된 이후에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의무'를 지도록 해 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법률에는 정보화의 촉진,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 및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KT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정통부 장관이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국가안전보장·군사·치안 등 국가중요통신의 안정적인 제공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른바 보편적서비스 제공 의무화다.

또 KT는 민간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 등 각종 법률과 고시의 규제를 받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시내전화 요금을 인가받아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제 민영KT에 대해 철저히 법에 의한 규제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할 경우 각종 법률을 개정 혹은 제정해야 한다. 이는 규제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KT의 지분 43.63%(3월말 현재)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은 정통부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공익성 의무 피할 수 없어"

이같은 환경변화는 지난 1년간 이미 정보통신부 정책에 이미 반영돼 나타났으며, 향후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24일 발표된 정통부의 '통신경쟁정책방향'에는 이같은 정통부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다.

정통부는 우선 'KT민영화를 통해 규제의 중립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KT 민영화 후에도 시장지배력이 유지되고, 후발 경쟁사업자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시장독점화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통신망 고도화와 국민의 통신편익 증대라는 정책목표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도 조기 도입 고려 ▲LM시장 경쟁확대 검토 ▲필수 설비인 가입자선로를 후발 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공동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 개정 ▲KT의 회선제공 거부나 지연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후규제 강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기간통신 역무로 지정 ▲설비 제공의무 사업자 지정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상당히 조심스럽게 정책을 추진할 뜻을 곧곧에서 보여주고 있다.

변화한 정책환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가산정 문제 때문에 진전이 더딘 LLU(가입자선로 공동활용)만 해도 과거처럼 임원을 불러 협상을 종용할 수 없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KT가 약속한대로 투자만 했어도 오늘날 한국의 통신산업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민영 KT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특히 "SK텔레콤에 비해 KT는 시장을 책임지고 끌어가려는 마인드가 부족해 보인다"고까지 말했다. 통신사업의 특성상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KT민영화 성공의 잣대

지난해 8월 정통부는 정부보유 지분매각을 끝내고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완료했다'고 자평했었다.

당시의 증시사정상 막대한 물량을 '적당한 가격'에 소화해 냈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한 것 같다.

그러나 KT민영화의 성공은 사실 지분매각 완료시점에서 부터 평가가 시작돼야 한다. 민영화된 KT 자체가 당초 취지를 살려 효율적으로 운영돼 건강한 기업으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통신산업이 한단계 더 발전해야만 비로소 KT민영화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성공'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KT자체가 밝은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통신시장에서의 독점력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민영 KT의 임직원이나 정통부가 진정한 KT민영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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