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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부동산 P2P로 소형빌라만 하는 이유요?"


테라펀딩 양태형 대표 "손실 방어 가능한 소형빌라에 집중"

[김다운기자] "P2P 대출은 아직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지 않은 자유로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기존 금융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시장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개인간(P2P) 대출 시장이 올 들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대출액도 1천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국내 최초의 부동산 P2P 대출업체인 테라펀딩은 전체 P2P 대출 업체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테라펀딩의 누적 대출액은 197억원으로 전체 P2P 대출업체 중 2위를 기록했다.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를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테라펀딩 사무실은 벤처업체답게 젊고 활기에 넘치는 분위기였다.

◆은행원이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기까지

양 대표가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2007년 HSBC은행 부산지점에서 대출여신상담 업무를 담당한 것이 그의 첫 직장생활이다. 그는 이곳에서 부동산 등 담보대출 상담을 맡았다.

"부동산 담보 대출 상담을 해보니 50억, 100억짜리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들이 참 많더라고요.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고 물어보니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늘렸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당시 사회 초년생인 양 대표의 수중에는 현금 1천만원밖에 없었다고. 그때 부동산 경매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양 대표는 "법원 경매를 다녀보니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에서 낙찰받은 물건에 대해 90%까지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1천만원만 갖고도 충분히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첫 부동산 투자는 경매로 낙찰 받은 6천200만원짜리 소형빌라였다. 대출을 5천500만원을 받고 등기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니 1천만원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8천500만원 시가에 빌라를 팔고 세금을 내고 나니 1천만원의 수익이 남았다. 레버리지로 단숨에 100%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부동산 경매로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한 양 대표는 그 길로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다. 하지만 첫 성공사례는 '초심자의 운'이었다. 안이하게 도전한 두 번째, 세 번째 경매에서 그는 혹독한 실패를 경험했다.

"문제가 있는 매물을 잘못 낙찰받은 거였죠. 공사업자가 대금을 다 못 받고 버티는 상황이었고 저는 비워달라고 요청하다 소송까지 가게 됐어요. 5년 간의 소송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부동산 경매의 어려움을 깨달은 양 대표는 제대로 하려면 법률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실무를 배우기 위해 법무사 사무실에 들어갔다.

경매낙찰과 관련된 민사집행 업무를 맡아 2년 정도 지나다보니 물건 보는 눈이 생겼다. 이 건은 낙찰을 받으면 수익이 어느 정도고, 저 건은 소송감이고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쌓인 것이다.

"제대로 된 아파트나 빌라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들은 시세 근처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리하고 각종 세금을 떼면 남는 게 없죠. 결국 가격이 많이 떨어진 물건을 사야 하는데, 제가 눈여겨 본 물건은 돈이 부족해 건물이 올라가다가 멈춘 신축현장들이었습니다."

양 대표는 이런 건물이 있는 토지를 헐값에 사 건물을 새롭게 짓거나 철거해 나대지로 만든 다음 매도해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 당시 자금을 못 구해서 건축주나 공사주가 부도 나고, 이로 인해 억울하게 돈 못 받는 사람이 생기는 케이스를 정말 많이 봤다"며 "이런 쪽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금융사가 있다면 부도가 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양 대표가 테라펀딩 창업 준비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14년 3월이다. 당시에는 P2P 대출에 대한 개념도 널리 알려지지 않고, 핀테크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기다.

처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2013년 초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에서 미국의 부동산 P2P 대출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뒤였다.

"부동산 경매를 할 때도 혼자 돈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게 확장된 거랑 비슷하다고 느꼈죠."

양 대표는 부동산 거래 앱인 '집딜'을 런칭했던 테라펀딩 이성웅 부대표와 함께 부동산 P2P 대출회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양 대표는 부동산 전문가, 이 부대표는 IT 전문가로서 힘을 합쳤다.

다만 법적인 부분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금융사가 아닌 업체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여·수신 업무를 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돼 있었다. 다만 당시 한국에서 팝펀딩이나 머니옥션 등 1세대 P2P 신용대출 업체들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끼고 P2P 대출을 하고 있다는 데 착안해, 이 같은 구조를 부동산 대출에 접목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8개월 간의 준비 끝에 2014년 12월 테라펀딩의 부동산 P2P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이 고객 대부분이었으나, 소개에 소개가 이어지며 고객 숫자가 눈덩이처럼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합니다. P2P 대출이라는 것이 새로운 분야인 만큼 인지도와 신뢰가 중요한데, 핀테크 붐이 불면서 여기저기 소개도 많이 되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됐죠."

◆심사 통과하는 건설사 대출자는 5%에 불과

양 대표가 판단하기에 테라펀딩이 본격 궤도에 오른 것은 올해부터다.

테라펀딩을 통한 수익률은 세전 연 12~13%, 세후 8~9% 정도. 은행 이자에 비해 매력적이고 부동산을 담보로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진행되는 펀딩의 경우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몇 초 만에 투자자가 몰리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는 1억원이 모이는 데 평균 6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28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테라펀딩에서 진행된 대출 규모는 215억원, 투자자 수는 1천400여명에 달한다. 투자자 당 평균 투자금액은 약 150만원 정도로, 투자자 연령은 30대(45%)와 40대(25%)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50대와 60대는 비중은 각각 10%, 2%로 낮지만 평균 투자금액이 각각 310만원과 34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신용 P2P과 비교해 부동산 P2P의 평균투자금 및 연령대가 높은 것은 전통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에 걸쳐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양 대표는 풀이했다.

자금조달 수요도 높다. 저축은행들이 브릿지론 등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축소하면서 자금조달이 막막해진 소형 건설업체들에게 테라펀딩과 같은 P2P 대출은 가뭄의 단비 같은 '돈줄'이다.

테라펀딩에서 대출을 받기 원하는 건설업체들이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물건을 선별한다. 하지만 심사를 통과하는 곳은 100개 중에 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양 대표는 "아파트, 호텔, 골프장, 상가 등의 물건도 많이 대출 신청이 들어오지만, 대부분 소형빌라에 한해서만 통과시킨다"며 "다른 수익형 부동산들은 경기에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급락장을 경험해봤던 그는 상가, 오피스텔, 아파트들의 가격이 반토막 이상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다만 그 중에서도 85㎡ 이하의 국민주택 규모 소형 아파트나 빌라들은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들리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또 한번 와도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 이상 확장하지 않고 소형빌라만을 중심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출은 테라펀딩을 통해 직접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금관리 및 담보 업무를 담당하는 부동산 신탁회사를 거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건물을 짓기 위한 토지를 갖고 있는 건축주들이 신축 공사비가 부족해 저희에게 대출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공사자금을 빌려주고 대신 토지를 담보로 잡아 신탁사에 맡기는 거죠. 대출 역시 신탁사를 통해 집행됩니다."

테라펀딩은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진행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다. 이 자금 역시 건축주에 주는 것이 아니라 신탁사가 공사 하도급 업체 명단을 받아 이들 업체에게 직접 지급한다.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공사가 완료되면 건축주는 이를 담보로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고, 테라펀딩의 대출은 상환하게 되는 구조다.

양 대표는 "신용대출은 한 대출자 당 규모가 500만~1천만원 정도지만 부동산대출은 10억~20억원 이상의 규모라서 한 건만 사고가 나도 피해자의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2중, 3중으로 리스크에 대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매를 할 때는 돈을 벌어도 보람이 없었어요. 제가 싸게 사서 돈을 벌면 결국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부동산 P2P 대출 사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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