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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신] '네티즌의 힘'과 음반업계의 고민


 

음반관련 3개 단체와 국내 인기가수들이 9일 63빌딩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났다. 강력한 구호가 난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행사는 4명의 음반 제작자와 가수들이 '호소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모임에는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반관련 3개 단체와 국내 인기가수 200명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는 주장은 거듭 되풀이했다. 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격앙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글을 읽을 때도 조용하기만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음반시장이 온라인음악 때문에 반토막이 났다"면서 강하게 성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행사를 마친 다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사진 기자들이 음반제작자와 가수들에게 구호를 외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음반제작자 측은 "구호없이 조용히 하겠습니다"고 오히려 양해를 구했다.

원래 이번 행사는 벅스뮤직 사무실 앞에서 개최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25일로 예정됐던 행사가 취소되면서 행사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규탄대회였던 것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로 바뀌어 버린 것.

음반업체들의 태도가 급변한 데는 막강한 '네티즌 파워'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벅스뮤직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발한 데다, 이날 저녁 늦게 영장이 기각된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음반업체들이 벅스뮤직 죽이기에 본격 나서면서, 네티즌들의 반발심리는 갈수록 커졌기 때문.

네티즌들의 이같은 반발 심리는 각종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inews24 설문 조사 결과 네티즌들의 67%가 벅스뮤직이 유료화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옳은 일'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유료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응답은 12%에 머물렀다.

지난 6월 25일 벅스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결정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비슷했다. C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3%가 '법원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응답한 것.

물론 네티즌들의 이같은 반응에 '공짜 심리'가 상당히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음반업계가 산업적인 이슈에만 주력한 가운데, 네티즌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역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음반업체들은 저작권 침해문제를 놓고 온라인 음악사이트업체와 갈등을 벌여왔지만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음반업계를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편이다.

이날 행사는 음반업체들의 이같은 고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잠재 고객인 네티즌들을 분노케해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 운신의 폭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가수 이승철의 '호소'는 이들의 고민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터넷에서 음악을 듣지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다. 음악인의 꿈을 짓밟는 불법업체가 아니라 정당하게 승인받은 사이트를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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