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를 둘러싼 공방이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미래부가 이번 M&A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인 가운데 24일 열린 공청회는 이번 M&A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킨다는 주장과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공청회가 이번 M&A를 둘러싼 사실상 마지막 여론수렴 절차인 상황에서 양측의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된 셈이다.
◆SKT 결합상품 판매만 강화 vs 큰 선수 나와야 시장 성장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큰 공방이 벌어진 부분은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 가능성이다. M&A가 성사될 경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가입자들을 상대로 가격할인을 앞세운 이동통신 서비스와 초고속 인터넷, 유료방송 등 묶음판매로 과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이동통신 사장 점유율이 5:3:2로 지난 십수년간 고착화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M&A가 성사되면 결국 시장경쟁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은 "M&A를 반대하는 경쟁사들이 모두 결합상품 문제를 거론하지만 결합상품 가입자를 늘리는 것은 경쟁사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SK텔레콤 점유율도 5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시장지배력 문제는 프로파간다(선동)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번 M&A를 통한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335만명가량이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 415만명을 포함하면 750만명가량으로 KT 800만명에 이어 전체 유료방송 2위가 된다. 두 회사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7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는 "유료방송 서비스가 지배적인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결합상품 판매를 위한 떡고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방송정책은 공익과 공공성에 입각해 다양성과 지역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J헬로비전 탁용석 상무는 "무하마드 알리 같은 선수에겐 일반 선수 100명보다 조지 포먼 같은 선수를 붙여야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번 M&A가 전체 유료방송과 미디어 산업의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햇다.
◆"형식적 여론수렴" 비판도 나와
미래부는 지난 3일에도 학계 전문가 20명을 초청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24일 공청회에서 벌어진 논박은 전반적인 논리적 흐름상 앞선 공청회의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이번 M&A에 대한 상세한 심사기준과 관련 자료를 투명히 공개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섣불리 마무리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성민우회 강혜란 정책위원은 "산업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예고하는 이번 M&A 건을 두고 정부가 심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늘 공청회에서도 기업별 정확한 데이터들이 왜 공개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형일 상무는 "경쟁정책이나 이용자 후생 측면에서 케이블TV 등 업계도 할말이 많은 만큼 여론수렴이 이번 공청회로 마무리된다면 불합리하다"며 "SK텔레콤과 경쟁업체, 협회들이 참여하는 끝장토론를 열자"고 제안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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