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아청법' 위반 어찌봐야 하나

음란물 유통·방지 차단 '기술적 조치' 여전히 뜨거운 감자


[성상훈기자] "정보매개자(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감시할 의무를 지게 해서는 안됩니다."(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전세계에서 정보매개자에게 음란물 유통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입니다."(오픈넷 남희섭 변리사)

"상시적 신고 의무가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또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기술적인 조치가 가능한 범위는 분명 존재합니다."(방심위 이향선 선임연구위원)

"아청법 제17조가 제대로 된 법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과실은 형사처벌하지 않는게 원칙이기 때문입니다."(형사정책연구원 전현욱 법학박사)

지난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주최로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 기소와 정보매개자 책임'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자의 음란물 유통 방지 의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앞서 지난달 4일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아청법(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1항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석우 전 대표의 기소 사유는 '정보매개자'로서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동음란물을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이던 지난해 6월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카카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그룹' 내에서 아동음란물이 유포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것. 당시 해당 아동음란물은 카카오그룹을 통해 7천115명에게 유포됐다.

특히 이 사안은 이석우라는 특정인을 넘어 인터넷 시대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정할지 대한 의미있는 논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정보매개자 책임 제한 내용에 반하는 문제"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검찰은 이 전 대표의 기소 사유를 두고 카카오그룹에 신고기능이 없었고 기술적으로 아동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금칙어 필터링을 제대로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데이터베이스(DB) 필터링과 키워드필터링 정도뿐"이라고 덧붙였다.

DB 필터링을 구현하려면 해당 아동음란물의 '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상 '소지'도 불법이기 때문에 DB 필터링은 적용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다양한 음란물을 한정된 키워드로 필터링을 설정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약간의 변형만으로 필터링을 우회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표의 불구속 기소가 '정보매개자 책임 제한 원칙'에 반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보매개자란 인터넷상에서 제3자가 생산한 콘텐츠, 상품, 서비스를 접근, 제공, 저장, 전송 하거나 또 다른 제3자에게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콘텐츠 생산자를 제외한 모든 ISP, 웹호스팅 서비스, 검색엔진, 포털, SNS, 앱플랫폼 사업자는 모두 '정보매개자'에 해당된다.

김 변호사는 "택배로 마약이나 무기를 거래했다고 한다면 택배사에게 어떤 책임을 지울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본인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불법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 어디까지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오픈넷 남희섭 변리사도 "미국, 유럽 도 아동음란물을 제작, 소지하는 것은 처벌하지만 정보 매개자에게 이를 찾거나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음란 정보의 유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정보 매게자를 처벌하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동조했다.

남 변리사는 "필터링 기술의 한계를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범위를 법으로 정해놓고 이를 적용해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음란물 차단 기술적 조치, 어디까지 가능한가

현존 기술로 아청법 제17조 1항에 명시된 대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고 전송을 '중단 또는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김태하 뮤레카 사업팀장은 "카카오 그룹에 올라온 동영상 파일에 대한 필터링은 'DNA필터링' 기술을 적용해도 걸러내기 어렵다"며 "원본파일이 기술업체에 제공되지 않는 이상 해당 DNA를 만들 수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뮤레카는 웹하드, P2P 등의 인터넷 사업자를 대상으로 필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인터넷업계에서 음란물 유통을 걸러내는 기술은 'DNA 필터링' 이라 불리는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는 파일명으로 걸러내는 기존 필터링과 달리 동영상 파일 자체를 분석해 걸러내는 시스템으로 원래 저작권 보호 기술에서 비롯됐다.

DB와 대조해 음란물을 인식하고 이를 97%의 정확도로 차단하지만 새롭게 유통되는 아동음란물은 원본 DB를 바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원천차단이 불가능하다.

즉, 기존에 유통됐거나 제작된지 시간이 지난 아동음란물은 기술적인 차단이 가능해도 새롭게 유통되는 음란물에 대해서는 당장 기술적인 차단이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도 음란물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는 한동안 도마위에 올랐다.

판도라TV 관계자는 "구글이라 해도 모든 음란물을 차단하는 필터링을 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음란물을 발견했을 때 빠르게 차단하는 '사후' 조치에 더 주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법률로 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인터넷 서비스 업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할수 있는 조치는 다해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현욱 법학박사는 "실효성 측면에서도 국내만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아청법 제17조 1항은 기술적인 차단 가능성이 매우 낮더라도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시말해 기술적으로 차단에 대한 실효성이 매우 낮은 방법이라 할지라도 정보매개자가 여건이 된다면 해당 기술적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박사는 이를 조치하지 않는다면 아청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향선 선임연구위원도 "정보매개자(이 전 대표)가 상시적 신고 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혐의는 받을 수 있다"며 "상시적 신고 의무가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카카오 그룹내 아동음란물이 유통됐던 2개월간 음란물 신고 접수 건수를 보면 네이버가 200건이었던 것에 반해 카카오는 1건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이 위원은 "URL 리스트 DB 적용이라든가 음란물의 해시코드(파일 고유의 값)DB를 공유하는 정도의 기술적인 차단은 가능한 부분"이라며 "이정도 범위의 기술적인 차단은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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