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이동통신 지배력이 방송으로?


[단품은 가라 결합 전쟁-하] 소비자혜택 늘릴 공정경쟁 환경필요

[허준기자] '결합상품'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면서 결합상품에 대한 지배력전이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통신이나 IPTV 등 일부 서비스의 지배력이 다른 시장으로 이어져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의 지배력이 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뜨거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결합상품은 대체로 이동통신과 방송(케이블TV, IPTV), 초고속인터넷 등으로 구성된다. 가족구성원마다 1대씩 갖고 있는 휴대폰과 통신요금을 감안하면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에 비해 이동통신서비스 비용이 가장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지배적사업자가 결합상품 시장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결합상품 시장의 지배력전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다보니 KT와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케이블TV방송사 등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인터넷과 방송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배력전이 주장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배력 전이, 있다? 없다?

특정 시장에서 어떤 사업자가 가격 설정을 통해 다른 경쟁 사업자를 배제시킬 수 있는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한다. 정부는 지배력이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사전규제 등을 통해 지배력을 약화시키거나 경쟁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규제를 도입한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 시장에서는 KT가 지배적사업자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요금제를 출시할 때, KT는 초고속인터넷 새 상품을 출시할때마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대상사업자는 다시 말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애기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매년 통신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지배적사업자를 정한다.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KISDI가 발표한 경쟁상황평가결과를 토대로 SK텔레콤과 KT를 지배적사업자로 규정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어떤 시장이든 시장을 명확히 획정(경계를 명확히 구분)한 뒤 그 시장에서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배력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사전 규제를 도입한다"며 "단순 점유율뿐만 아니라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을 종합해 무선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시장에서는 KT를 지배력 있는 사업자로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의 지배력전이를 주장하는 사업자들은 결합상품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시장에서 지배력이 있다고 해서 결합상품 시장에서도 지배력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따라서 지배력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쟁상황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결합상품 시장 경쟁상황평가 우선

결합상품 시장의 경쟁상황평가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결합상품이라는 시장 획정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선과 무선은 시장구분이 명확하게 가능하지만 결합상품은 어느 결합까지를 동일시장이라고 볼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장 참여자도 사실상 방송통신시장 전체로 확대해서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네이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장을 획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이유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 포털 사업자를 ▲검색 ▲메일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자로 획정하고 네이버를 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려 했지만 네이버가 시장 획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진행, 대법원에서 승소한 판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 시장 경쟁상황평가를 진행해 지배력 존재 여부와 단품상품의 지배력 전이 문제를 검증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결합상품은 시장 획정에서부터 단품상품의 경쟁력의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르기까지 쉬운 작업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사회문화적 가치가 큰 방송의 경우 결합상품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인터넷망과 그 망을 기반으로 하는 유료방송의 경우 결합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주장 등 결합상품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평가를 해 사회적 효용이 가장 큰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지배력 전이 문제는 면밀한 경쟁상황평가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자 효용극대화, 공정경쟁 룰 만들어야

지난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합상품 요금은 프랑스에 이어 두번째로 저렴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결합상품으로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현재 결합상품의 혜택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면서 공정한 시장경쟁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결합상품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개선방안을 통해 기존 이용자들의 결합상품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정부가 공짜마케팅식의 허위과장광고 모니터링을 통한 시장왜곡을 막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하겠지만, 향후 지배력전이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향후 결합상품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체감 효용이 큰 결합상품 가입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적 효용이 크고 공정한 경쟁의 룰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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