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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글로벌 IP' 게임시장 될성부른 떡잎들


[게임세상은 IP 전쟁 중] 글로벌 IP 향해 시작부터 세계시장 조준

[문영수기자] "넥슨은 아직 허약하다. 닌텐도나 코나미, EA 등이 가지고 있는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지적재산권(IP)이 넥슨에는 없다."(넥슨 창업자 김정주 회장, 2012년 대구의 한 강연에서)

김 회장의 말대로 글로벌 IP들의 존재감은 크다. 당장 우리 눈에 드러난 사례들만 살펴봐도 IP의 힘은 실로 강력하기만 하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무려 1천2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돌파하며 세계 1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워크래프트'의 힘이 컸다. '피파온라인3'가 국내 인기 스포츠 게임으로 도약한 배경에도 일렉트로닉아츠(EA)의 '피파 시리즈'가 힘이 됐다.

한국에서는 이미 압도적 1위를 수성중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글로벌 IP의 가능성을 이미 예고한 게임. 전세계 7천만 회원을 자랑하며 리그오브레전드는 어느덧 세계적 적진점령(AOS) 게임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한국의 게임사들이다. 글로벌 IP에 맞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게임은 물론 문화 종속까지 감수해야 한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글로벌 IP의 확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요약한다. 글로벌 IP를 확보하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수명과 미래 가능성 역시 강력한 IP를 얼마나 보유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IP 확보에 적극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 '특명! 글로벌 IP' 게임사들 전진 또 전진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핵심 자산이자 글로벌 IP인 '리니지'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니지 이터널', '마스터엑스마스터(MXM)'와 같은 리니지 후속작을 개발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이종 콘텐츠와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신작 MXM의 경우 양영순 작가와 손잡고 웹툰을 선보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이지호 수석은 "글로벌 시장에서 IP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강력한 IP가 있으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웹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IP 확장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웹젠(대표 김태영)은 자사 간판 IP인 '뮤온라인'의 라이선스를 중국 등지로부터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외발 저작권 침해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짝퉁' 게임으로 인해 뮤 온라인의 가치가 훼손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웹젠 김건희 해외사업실장은 "회사 내부에 국제변호사를 비롯해 라이선스 관련 전문가들이 24시간 내내 뮤 온라인의 라인선스 침해 사례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일부 동남아시아나 중국 게임사들이 무단으로 뮤온라인에 기반한 게임을 출시하려다 좌절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는 국내서 흥행한 모바일 게임을 해외 시장에 특화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계열사끼리 분업하는 콜라보레이션 개발 체계를 도입했다. 자사가 보유한 우수 IP를 보다 효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세운 것이다. 히트작 '레이븐'이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과 일본에 진출할 예정이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한국서 서비스 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데는 1년 이상이 걸린다"며 "레이븐이 단순히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해외 시장에 내놓을 경우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내서 안되면 해외에서? 원천 소스부터 발굴하자

외국 IP를 우리 것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도 있다. 2004년 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일본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했듯 해외 이용자에게 친숙한 원천 소스에 한국의 기술력을 덧입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넥슨(대표 박지원)은 최근 국산 IP로 제한을 두지 않고 '파이널 판타지11', '레고', '삼국지 조조전'과 같은 글로벌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IP를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역공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양질의 IP는 글로벌 시장 경쟁을 위한 기반이 되기 마련"이라며 "'메이플스토리'나 '마비노기'과 같은 자체 IP 기반 게임은 물론 해외 IP까지 적극 확보해 넥슨의 개발역량을 세계 시장에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세계적 인지도를 보유한 디즈니와도 손을 잡았다. 올해 초 '마블 히어로즈'의 모바일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를 출시한데 이어 흥행작 '모두의마블'에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를 덧입혀 '모두의마블 디즈니'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중화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일본서 '스톤에이지' IP를 확보하기도 했다. 스톤에이지는 한국서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중국에서는 2억 이용자를 보유한 유망 IP로 전해졌다.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도 전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갖춘 PC 게임 '시드마이어의 문명' IP를 기반으로 '문명 온라인' 개발에 한창이다. 시드마이어의 문명은 원시 시대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은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러한 문명의 IP 파워와 한국 온라인 게임 기술력이 접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될성부른 떡잎들'

글로벌 IP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수년간의 개발을 마무리중인 출시 예정작들은 시작부터 IP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라인 게임 '블레스'와 '애스커' 개발에 한창인 네오위즈게임즈(대표 이기원)는 국내 론칭 이후 곧 글로벌 시장 타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블레스는 언리얼엔진3로 연출한 사실적인 그래픽이 강점이며 애스커는 고품질 그래픽과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액션 RPG다.

이 회사 주진하 블레스 사업팀장은 "블레스의 국내 론칭 이후 글로벌 시장도 적극 진출해 나갈 계획"이라며 "블레스 IP를 활용한 다양한 진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2'를 흥행시킨 넥슨은 올해 하반기에도 '도미네이션즈', '슈퍼판타지워'와 같은 기대작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주요 문명을 소재로 한 도미네이션즈는 해외 시장에 먼저 출시돼 호평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넷마블게임즈는 '이데아', 'KON', '블레이드 왈츠', '아크문', '에픽사가'와 같은 모바일 RPG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도전한다. 이중 이데아는 실시간 파티플레이를 구현한 모바일 RPG로, 2천여 개의 기술 조합이 가능한 점이 특징.

게임빌(대표 송병준)의 글로벌 라인업도 막강하다. 정통 턴방식 RPG '크로매틱소울'을 비롯해 '나인하츠', '몬스터피커', '카툰워즈3' 등이 대기 중이다. 특히 이중 카툰워즈3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8천만 건을 기록한 인기 IP 카툰워즈의 최신작으로 기대가 높다.

컴투스(대표 송병준)는 자체 개발 신작 '원더택틱스'로 하반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원더택틱스는 다수의 영웅을 육성하고 전략적 자리배치를 통한 재미를 구현한 작품이다.

◆ 이어지는 '승전보' 도전은 계속된다

글로벌 IP에 도전한 결과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서양 시장에서 승전보도 이어지고 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 워)는 지난해 첫 출시된 후 25개국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애플 앱스토어 93개국, 구글플레이 85개국에서 매출 순위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세계인의 취향을 맞춘 콘텐츠 기획과 현지에 특화된 마케팅, 체계화된 운영 노하우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컴투스 권익훈 게임사업본부장은 "효과적인 현지 마케팅과 글로벌 단일 빌드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이용자 관리, 운영 노하우가 뒷받침된 결과"라며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게임을 기획하고 국가별 환경 분석에 따라 시스템과 언어를 고려한 결과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마블 히어로즈 IP를 앞세운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도 출시 두달만에 글로벌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모두의마블'은 앱분석 전문 기업인 앱애니와 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기업 IDC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서 전세계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통합 매출 10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북미 게임 유통 플램폼 '스팀'에 출시된 테라는 누적 가입자 450만 명을 확보, 기라성 같은 해외 게임들을 제치고 MMORPG 장르 부문 1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미국 등 해외 게이머가 주로 이용하는 게임 플랫폼에서 순수 국산 게임 IP가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

블루홀스튜디오는 "테라의 강점인 액션성 강한 게임성이 스팀 고객들에게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 흥행에 성공하며 자연스레 메인 페이지에 노출됐고 이후 추가 고객들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이 낳은 글로벌 IP도 이미 여럿이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변함없이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전세계 누적 회원 4억 명을 보유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만 300만 최고 동시접속 기록을 보유한 히트작이고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는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게임의 성공신화를 언제까지 재탕할 수는 없는 법. 이제 이들과 세대를 교체할 차세대 글로벌 흥행작이 나올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게임사들은 글로벌이라는 큰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오늘도 밤낮 구분 없이 달린다.

우리가 '내일은 글로벌 IP'를 꿈꾸며 전력투구하는 게임사들과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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