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난타전' 방송통신 시장 격전속으로


[단품은 가라 결합 전쟁-상] 방송통신 업계 '공짜마케팅'-지배력전이 논란

방송통신 미디어 업계에 결합상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따로,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TV를 따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묶으면 할인'되는 시대를 맞아 2중, 3중의 묶음 상품을 더 싸게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결합상품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싼 게 왜 문제가 될까? 무엇이 진정한 소비자에 대한 혜택이 되는 것인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진단해본다.[편집자주]

[허준기자] 지난 9일 정부 과천청사 정문 앞. 윤두현 케이블TV방송협회장과 협회 김정수 사무총장, 업계 주요 종합유선방송사(SO) 대표들이 어깨에 띠를 두른 채 '시위'를 벌였다. 어깨에는 '동등할인'을 요구하는 문구, 손에 맞잡은 플랜카드에는 '이용자 혜택주는 결합판매 제도개선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케이블TV방송 사업자들의 이날 무력시위는 정책당국에 결합판매 제도를 바꾸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방송통신 업계에 모바일과 인터넷, 그리고 IPTV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이른바 '결합상품'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단품상품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묶음상품을 구매하면 이용자들은 더 저렴하게 방송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업자들도 약정을 맺은 고객들이 묶음판매를 선택하면 '단골고객' 확보와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어 '결합'에 따른 장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결합상품을 둘러싼 업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표면에는 특정 서비스를 마치 공짜인 것처럼 제공한다는 시장왜곡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지배력이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으로 전이된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의 불똥은 학계와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와 경쟁법센터가 경쟁적으로 개최한 결합상품 관련 세미나에서는 양측의 열띤 공방전이 이어졌다. 5월11일 열린 경쟁법센터의 세미나에서는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결합상품 시장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반면 5월12일에 열린 공익산법센터 세미나에서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가 일어난다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6월 들어서는 국회로 불이 옮겨붙었다. 지난달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이 주최한 '누구를 위한 결합상품인가?' 토론회에는 미래부와 방통위 담당과장과 SK텔레콤, CJ헬로비전,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결합상품? 저격상품?

결합상품은 이동통신서비스, IPTV 및 케이블TV방송, 초고속인터넷 등 일반적으로 세가지 묶음 서비스를 말한다. '묶으면 더 싸게' 서비스할 수 있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이 결합상품이 공정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일부 사업자들이 결합하면 특정 단품 상품을 '공짜'라고 홍보하면서 해당 단품 상품에 경쟁력을 가진 사업자들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동통신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결합시장에서도 지배력을 지니게 되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력의 전이 문제는 당장의 결합상품이 소비자혜택이 아니라 경쟁자들을 저격하고 소비자에게는 독침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정책당국도 이같은 문제 가능성을 정책결정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른바 '공짜 마케팅'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 나가면 방송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나 온라인 유통망에서는 '인터넷 공짜', 'IPTV 공짜' 등의 홍보 문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28일 방통위는 공짜가 아닌 것을 공짜인 것처럼 유혹하거나 당연한 결합할인을 추가혜택으로 포장하는 등 시장왜곡을 일으킨 통신, 방송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CJ계열, 티브로드 계열, 씨앤앰 계열, 현대HCN 계열, CMB 계열 등 주요 케이블TV사가 망라됐다.

결합상품이 공짜 마케팅으로 둔갑하는 것은 결합상품의 총 할인율을 30%까지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의 빈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휴대폰과 인터넷, IPTV를 결합할 경우 사업자는 4만원인 휴대폰 요금에서 30%, 2만원인 인터넷 요금에서 30%, 1만5천원인 IPTV 요금에서 30%까지만 할인해줄 수 있다. 이 경우 총 할인액이 2만원을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월 요금이 2만원인 인터넷이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KT·LGU+ 'SKT 지배력 전이가 문제', SKT '근거없는 주장'

처음에는 공짜마케팅 문제만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이후 지배력전이와 동등할인 등 이해당사자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짜마케팅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지배력전이와 동등할인 등 이슈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전이를 걱정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공짜 마케팅'보다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인터넷이나 IPTV 가입자를 모으는 이른바 '지배력 전이' 해소가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결합상품 시장으로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전이되고 있다"며 "결합상품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요금제에 대해 사전에 심사하는 요금인가제가 유지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 김희수 상무도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인터넷을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 회사의 인터넷 가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한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낮아질때까지 결합상품 출시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동통신의 지배력전이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SK텔레콤 이상헌 CR전략실장은 "결합상품 시장은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IPTV가 중심인 시장"이라며 "SK텔레콤의 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KT의 인터넷 지배력이 오히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합상품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정책당국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 편익을 해치지 않은 것을 전제로 사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방통위 김용일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제도 개선이 결합상품을 금지하거나 요금할인 혜택을 축소시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후생을 증대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고시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르면 이달말 결합상품 공정경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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