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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되는 결합상품, 왜 규제해야 하나


정호준 의원 토론회 개최, 결합상품 규제안 놓고 '갑론을박'

[허준기자] "결합상품은 할인이 적은 단품을 사용하는 대다수 소비자 이용자 차별이 발생한다. 단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결합상품 이용자들의 할인을 보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동통신사가 결합하면 인터넷이 공짜라고 마케팅하면 방송사업자가 어떤 가격을 제시해도 인터넷 고객을 모집할 수가 없다. 약탈적 가격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CJ헬로비전 이영국 전략기획실장)"

"결합상품을 선택하면 요금이 할인되기 때문에 당장은 좋지만 과도하게 긴 약정기간 때문에 더 좋은 상품이 나와도 옮겨갈 수가 없다면 정말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

이동통신과 인터넷, 방송을 묶어 판매하는 이른바 '결합상품'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할인 판매를 규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과 당장의 과도한 할인이 경쟁을 저해해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이 19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누구를 위한 결합상품인가?' 주제 토론회에 나선 참가자들은 결합상품을 사이에 두고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는 동국대 경제학과 이경원 교수와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박추환 교수의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발제를 시작으로 ▲SK텔레콤 이상헌 CR전략실장 ▲CJ헬로비전 이영국 전략기획실장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 ▲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 ▲방통위 김용일 이용자정책총괄과장 ▲국회 입법조사처 김유향 과학방송통신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결합 할인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느냐' 하는 문제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당장의 혜택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경쟁 제한에 따른 불이익을 더 염려했다.

특히 정부도 결합상품이 이용자에게 반드시 혜택을 주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김용일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과도한 할인의 결합상품이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이용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도 "통신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자유롭지만 방송사업자가 통신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자유로운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결합상품을 이용자에게 알리면서 인터넷이 무료라고 마케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지배력 전이 논란, 철저한 시장 분석이 먼저

지금의 결합상품 시장에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규제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 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시장지배력 전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이 갈렸다.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인터넷, 방송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지적과 당장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는 "결합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전이 및 확대를 차단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통해 사업자 간의 자율적 요금경쟁을 촉진하는 기반이 돼 소비자 후생 증진 유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도 "특정사업자의 부당한 지배력전이로 다른 사업자들이 고사되는 것은 소비자 후생에도 좋지 않다"며 "결합상품 할인율도 처음에는 50%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갑자기 30%로 변경하는 사업자의 행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SK텔레콤이 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낸다고 방송사업자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경쟁에서 배제된다고 볼 근거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이상헌 CR전략실장은 "지배력 전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실체나 구체적인 증빙은 없고 어떤 추정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결합상품의 핵심은 이동통신이 아니라 초고속인터넷이기 때문에 규제를 논의한다면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김용일 과장은 "시장 지배력 전이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지금 당장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합시장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를 체계적으로 진행한 다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자 혜택 줄이는 규제는 없어야

토론회 참석자들이 뜨거운 토론을 펼치면서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세웠지만 이용자 혜택을 줄이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은 "허위 과장광고 등 잘못된 업계 관행을 시정해서 상품을 무료라고 광고하는 등의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고 업계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은 "정부의 정책방향의 중심은 소비자 편익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비자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김용일 과장은 "정부의 결합상품 시장 규제가 결합상품을 금지하거나 요금할인 혜택을 축소시키지 않는다며 "정보제공 강화, 이용약관 개선, 위약금 산정방식 개선, 허위과장광고 가이드라인 등의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안으로 '동등할인' 방식 제안

방송사업자를 대표해서 토론회에 참석한 CJ헬로비전 이영국 전략기획실장은 '동등할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선과 방송이 결합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면서 "결합상품을 통해서 방송이나 인터넷을 공짜나 다름없이 제공할 게 아니라 각각 상품의 할인율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등할인은 예컨대 가격이 1천원이 이동전화 두대를 이용하면 900원인 인터넷이 공짜라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전화 두대와 인터넷을 함께 이용하면 이동전화가 700원, 인터넷이 600원에 제공된다고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 실장은 동등할인 방식에 대해 "이용자가 할인받는 금액은 같지만 어떤 상품이 공짜로 전락하지는 않는 방식"이라며 "할인된 가격과는 경쟁할 수 있지만 공짜와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는 어디도 없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도 이 방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할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찬성했다.

이상헌 실장은 "어떤 단품이 비용절감에 더 기여했는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획일적으로 정해진 비율로 할인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가중치를 반영해서 할인하는 쪽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통신과 방송시장의 관계는 열차가 달리는 철로여서 두 철길이 나란히 놓여여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며 "결합상품과 관련해서는 이런 시장 이익과 규제라는 두가지 관점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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