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하는 대한민국 '변화'가 답이다

[창간 15주년 특별기획-정치 혁신] ①조정 잃은 정치 "변해야"


2015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고민은 대립이다. 우리사회 곳곳에 자리한 대립은 이미 심각한 갈등 양상까지 유발하고 있다. 대립은 갈등을 낳고 이는 곳 불신과 부패로 이어지며 국가 역량도 좀먹는다.

이념 대립과 양극화를 위시한 대립구조는 중재자라 할 정치의 공백을 환기시킨다. 정치의 막중한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는 커다란 갈등 비용을 치르는 모습이다. 사회의 발전을 정치가 막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력한 개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뉴스24는 우리 사회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치 혁신을 통한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방안과 정치권의 노력, 각 세대들이 바라고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채송무기자]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대립'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소속은 '대립하는 대한민국'. 이념과 지역, 연령과 계층 내 갈등이 극대화되고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미 치명적인 장애물이 놓이고 말았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를 기점으로 치솟은 보혁 갈등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은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양극화의 해법으로 주목받은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비정규직 사태가 확대되면서 약해질대로 약해진 사회 하류층 문제는 이른바 '삼포세대'(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현 청년세대를 일컫는 말)를 양산하며 범죄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낳은 국가 존립 위기론 역시 복지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며 대안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치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문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제도화해야 할 정치 역시 깊은 불신의 늪에 빠지며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 사회가 치르는 갈등 비용은 효과적인 관리 부재와 정치 공백에서 빚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발표된 '사회갈등 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정영호 보사연 연구위원, 고숙자 보사연 부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관리 지수'는 2011년 기준 OECD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사회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회갈등관리 지수' 1위는 덴마크, 2위 스웨덴, 3위 핀란드 등으로 대체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한국은 27위로 26위 포르투칼, 28위 슬로바키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대로 사회 갈등지수는 높았다. 한국은 1위인 터키, 2위 그리스, 3위 칠레 보다는 낮았지만 4위 이탈리아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전략적 유연성과 대타협보다 극한 경색과 치킨 게임으로 일관하며 국민의 신뢰는 커녕 불신만 가중시키는 비극을 초래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갈등이 사회 전체를 둘로 나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며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변화와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무한 갈등 중…민심은 떠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여야는 끝없이 충돌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부터 한미 FTA 비준과 미디어법 논란으로 충돌한 여야 정치권은 4대강 사업, 해외 자원외교, 세종시 수정안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했다.

여야의 무한 갈등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반복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NLL 포기 발언 공방으로 여야는 끝없는 갈등을 빚었다.

여권은 수적 우위를 무기로 밀어붙였고 야권은 장외투쟁을 이어가며 여야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영호남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안주한 정치권의 부패 사건도 이어졌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요구한 정치 혁신은 말로만 실천됐을 뿐이다.

민생은 어려워도 정치권이 대립만을 반복하자 민심은 그들을 떠나고 말았다. 안철수 열풍 이후에도 차기 대선 주자 1위가 정치인이 아닌 반기문 UN 사무총장으로 상당기간 지목됐던 현상은 한국 정치가 주목해야 할 자화상이다.

마치 휴화산처럼 잠시 정적이 흐른다해도 국민들의 인내 임계점은 이제 한계를 넘었다.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에게 더 이상의 인내력을 요구할 수 없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 국회·정당 신뢰도 '최악' 근원적 개혁 필요

위기에 처한 우리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근원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정치 불신은 최근 상당수 국가들이 겪는 위기지만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각 기관별 신뢰 비율'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신뢰도는 28.5, 경찰 16.8, 언론 20인데 비해 국회는 불과 5.6을 기록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2013년 파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같은 추세는 유지됐다. 각 기관별 신뢰점수에서 대기업이 5.7, 사법부가 5.6, 정부기관이 4.8, 시민단체가 3.9, 노동조합이 3.7였지만, 정부는 가장 낮은 3.5로 우리 정치권과 정부 전체가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14년에 터진 세월호 참사로 우리 정부와 정치권 신뢰도는 더욱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신뢰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통해 우리 정치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가 우리 정치를 극한 갈등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지난 해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고, 선거제도를 개선해 승자 독식의 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 움직임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주류가 이슈 블랙홀이 될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지만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개헌론자들은 국회 내 상당수를 차지하고 꾸준히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 정치권 변화 노력, 진영 논리서 벗어날지 관심

과거의 진영 논리에서 다소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권의 전유물이었던 증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문재인 대표 체제 구성 이후 그동안 야권에서 제시하지 않은 '성장' 담론에 도전하고 있다.

친노계의 좌장으로 의구심을 받았던 문 대표는 취임 직후 '유능한 경제정당'을 주창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수권정당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진보적인 입장에 서면서도 '소득 주도 성장론'을 주창해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 경험이 풍부한 강훈식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정치권의 노력을 호평하면서 정당의 폐쇄적인 운영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각 정당이 폐쇄적인 정당 구조를 유지해 표로 정치인을 심판하지 못하는 상황이 형성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나오게 된 이유 자체가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무엇보다 정치권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고 이를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큰 이야기를 지나치게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소통하면 신뢰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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