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숨 죽이고 지켜보고만 있다"

 


휴대폰 업계는 SK글로벌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단말기 공급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SK글로벌이 담당하는 월 단말기 유통물량(약 60만~70만대)의 약 70% 가량을 차지하는 메이저 기업들이다. 모토로라는 월 3만~4만대 수준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떤 결정을 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후속 조치도 뒤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덩치가 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직까지 확실한 결정을 내지지 못한 채 SK글로벌 사태 추이를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선뜻 공식적인 결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국내 영업본부 관계자는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재무라인으로부터 아직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것은 없다. 단말기 공급 중단 문제가 워낙 민감한 상황이라 쉽게 거론할 수 있겠느냐”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LG전자 한국마케팅 전략그룹 관계자도 “솔직히 단말기 공급중단 문제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으며 지금 공식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모토로라 PCS사업부 마케팅 임원은 “평소 같았으며 어떤 조치가 들어갔을 테지만 SK텔레콤 문제인 만큼 장기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현 시장상황이 침체기여서 물량이 당장 대량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휴대폰 업계가 이처럼 특단의 조치를 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말기를 실제로 공급 받는 SKT의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글로벌이 SKT의 단말기 유통을 전면에서 담당하는 관문기업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사실상 SKT가 구매루트만 다시 잡아주거나 현금결제를 해 주면 지금까지의 우려는 쉽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SKT와 SK글로벌의 사업관계를 뻔히 아는데 누가 먼저 공급을 중단하겠느냐”면서 “SKT의 입장표명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메이저 업체들이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에는 SKT가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최소한 부도는 막아주고 어음 연장이라도 보장해 주는 등 안정장치를 해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나 LG과는 자금 사정이 다른 중소 단말기나 부품 업체들의 경우 지금 같은 불경기에 자칫 현금이 장기간 묶일 경우 부도위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침체돼 공급물량이 다소 줄어든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며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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