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개편, 사실상 무선만 손댔다

[양태훈기자] 삼성전자가 별도로 운영해온 미디어솔루션센터(MSC)와 지난해 조직단위로 키웠던 기업간 거래(B2B) 전담 글로벌B2B센터를 사실상 해체했다.

별도 조직으로 가져가기 보다 무선사업부내 등 연관 부서로 재배치, 조직과 사업의 연결성 및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MSC의 경우 삼성전자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 축소 등이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역량 강화를 꾀했던 기존 전략 실패나 수정을 뜻하는 지 주목된다.

아울러 이번 조직개편은 실적 둔화를 겪어온 무선사업부에 집중, 관련 조직을 슬림화 한 대신 여타 조직은 현 체제를 유지해 재편 규모는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10일 삼성전자는 2015년 정기 조직개편 및 이에 따른 보직인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 권오현 대표를 비롯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정보모바일(IM)부문 사장이 유임하면서 전체 조직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들 3명의 대표가 내년에도 부품(DS)·가전(CE)·정보·모바일(IM) 3대 부문을 독립적으로 이끄는 현 사업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장 조직 강화 및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서 무선사업부 사장 3명이 퇴진하는 등 조직 축소가 예상됐던 IM부문은 이번 조직재편에서 별도 조직이던 MSC 등을 해체, 사업부 내로 재배치 하는 등 사실상 조직이 축소됐다. 아울러 B2B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B2B센터 역시 무선 등 관련 사업조직 안으로 재배치 됐다.

시장 대응력과 의사결정 스피드를 높여 현장 중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MSC 내 무선 관련 기능은 무선사업부로 이관되고, 산하 빅데이터 센터는 소프트웨어센터로 이관됐다.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있는 MSCA(Media Solution Center America) 역시 북미총괄로 이관됐다.

글로벌B2B센터의 기존 B2B 영업 실행 기능은 이번 개편으로 무선사업부 내로 배치하고, 전략 기능은 글로벌마케팅실로 이관했다.

삼성전자는 "B2B영업을 무선사업부로 이관한 것은 B2B 사업 역량을 '모바일 B2B 일류화'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해외 판매법인의 B2B인력을 보강하고, 조직 확충을 통해 B2B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해외조직 역시 2개의 판매법인으로 운영되던 미국판매법인을 시너지와 효율 제고를 위해 1개 판매법인으로 통합했다. 기존 CE 사업 중심의 뉴저지 소재 SEA법인과 IM 사업 중심의 댈러스 소재 STA 법인 역시, SEA법인으로 단일화, 뉴저지에 통합 본사를 운영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 1등 DNA를 보유한 영업조직은 핵심역량이 지속 발휘될 수 있도록 기존 조직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는 한편, 중복기능은 통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자원은 재분배해 사업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사장 3명 퇴임, 후임에 김석필-고동진 부사장 선임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 일부 퇴임한 무선사업부 사장이 이끌던 조직 역시 후속 사장 인선이 아닌 부사장을 전진배치 시켰다. 7명에 달했던 IM부문 사장단이 4명으로 압축되면서 사실상 조직 규모가 축소된 셈이다.

공석이 된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에는 김석필 글로벌마케팅 실장(부사장)을, 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에는 고동진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을 새롭게 임명했다.

이외 해외 지역에서는 10개 지역 총괄 중 2개 총괄이 자리를 이동하는 소폭의 보직인사도 단행 됐다.

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구주 총괄로, 홍현칠 중남미 총괄 SELA 법인장(전무)는 서남아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 삼성전자는 DS부문은 조직변화를 최소화, 메모리 사업의 고수익 기조를 견실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LSI 사업체질 개선을 통해 사업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SDI도 이날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에너지솔루션과 소재 양 부문체제를 폐지했다. 대신 제품 단위로 소형전지, 중대형전지, 케미칼, 전자재료 등 총 4개 사업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지난 7월 삼성SDI와 구 제일모직 소재부문이 합병됨에 따라 통합 시너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태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삼성 '물갈이' 없었다..사장 승진 3명 그쳐

•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조직 사실상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