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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목의 가시' 자본 확충과 인식 개선


[한국 e스포츠 퀀텀점프] 풀어야할 과제들

[문영수, 류세나 기자] 지난 15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한국의 e스포츠는 그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가히 역동적이라 할만큼 큰 팽창을 보여줬다.

주요 게임사들은 앞다퉈 e스포츠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선수들의 처우 개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가 한국의 e스포츠를 주목하는 만큼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인 도약 노력도 지속되는 상태다.

끝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는 하나 한국의 e스포츠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자본력의 확충'과 '인식 개선'이다.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의 e스포츠 시장을 추격하는 중국의 위협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산업과 리그에 대한 투자가 더 공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e스포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 기업들, e스포츠 향한 열정이 식었는가

한국의 e스포츠는 외형적으로는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대표적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만 해도 '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쉽'(이하 롤드컵)에서 축구, 야구도 달성하기 어려운 4만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한 점이 대표적이다.

롤드컵 우승 상금은 약 11억 원으로, 2014년 프로야구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에 지급된 상금 36억 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껍질을 한꺼풀만 벗겨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K·CJ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웅진과 STX는 지난 해 프로게임단을 해산하기에 이르렀다.

소속 선수의 연봉을 높이고 처우 개선에 나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는게 국내 프로게임단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e스포츠를 시청하는 젊은 이용자층에 대한 기업 이미지 제고 목적으로 프로게임단을 꾸렸던 기업들은 최근 경기 침체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일례로 국내 게임단들은 삼성을 제외하고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 있던 선수 숙소를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난해 경기도 일대로 이전했다. e스포츠 리그 진행에 앞서 대회 후원 기업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얘기는 이미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 '연봉 때문에' 한국 우수 선수들 줄줄이 중국으로

최근 국내 유명 선수들이 소속팀과의 재계약 대신 중국행(行)을 택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한국 e스포츠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2014 롤드컵 우승에 빛나는 삼성화이트 선수들은 지난 11월 대거 팀을 이탈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인규·허원석·구승빈·조세형 등 롤드컵 우승 주역들은 팀 잔류 대신 중국 이적을 택했다.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리그오브레전드 팀이 우승 직후 사실상 와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앞서 중국행을 택한 KT 불리츠 소속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의 행보를 지켜본 국내 많은 선수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중국행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유망 선수들의 중국 이적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액연봉 때문이다. 중국팀들은 최소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을 우리 선수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천만 원 남짓한 연봉을 지급하는 국내 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선수들의 연이은 해외 이적을 두고 프로게이머도 고액연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긍정적 신호라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내 리그의 위상이 그만큼 격하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의 중국 이동이다.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의 중심이 국내 '롤챔스'에서 중국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LPL)로 이동하지 않겠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이 한국 e스포츠 선수를 무섭게 영입하는 행보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 문제 해결의 첫번째 실마리 '자본 확충'

한국 e스포츠계도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 국내 방송사 온게임넷이 구성한 3자 협의체는 선수 처우 개선 방안 및 연단위 계약 명문화 등 근간이 될 여러 방안을 내놨다. '롤 챔피언스 코리아' 및 '롤 챌린저스 코리아' 등 장기적 시각에서의 대회 시스템 개선안과 더불어 한국e스포츠협회 및 온게임넷, 나이스게임TV 등 파트너들과 함께 선수들에 대한 처우개선책도 보강 발표한 바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실력이 인정된 선수가 본인이 원하는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것 또한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된다 생각한다"고 전제하며 "시장 간 밸런스와 안정적이고 훌륭한 리그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보강과 처우 개선, 시스템에 대한 고민 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다 많은 자본이 e스포츠 시장에 풀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기업들은 프로게임단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기업들이 선수 숙소와 식대에 투입하는 비용은 연간 5억 원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선수와 코칭 스태프에 지급되는 연봉을 더하면 대략 10억 원의 예산을 게임단에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액수 자체로는 결코 적지 않지만 선수 한 명에게 3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게임단의 파격 행보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자본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 게임 중독 아닌 건전 스포츠로 e스포츠 접근해야

e스포츠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를 건전한 스포츠로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게임 중독자들의 축제'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매도하는 반응까지 일부 포착될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에 덧칠해진 부정적 이미지와도 무관치 않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와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일련의 시도가 이어지면서 일반인이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초창기 벌어졌던 승부 조작 사건 등으로 e스포츠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저해되면서 많은 이들이 한국 e스포츠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사 프로게임단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데에는 부정적 인식 역시 한 몫했다. 정식 스포츠 입성의 문턱까지 도달한 한국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따뜻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거쳐 정식 스포츠로 등극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아 저변도 확대하고 국제 대회 우승을 통한 국위선양에 앞장서 e스포츠 자체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노력이 빛을 발해 한국e스포츠는 지난 11월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동호인 종목으로 참가, 정식 스포츠화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조만수 사무국장은 "e스포츠가 축구나 야구와 같은 권위를 얻으려면 정식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며 "건강하고 즐거운 e스포츠 문화 조성을 위해 인기 종목들을 적극 발굴하고 아마추어 선수도 적극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스포츠로써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야구를 힐난하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듯, 한국 e스포츠도 한 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년에 걸쳐 쉼없는 레이스를 이어온 한국e스포츠가 최근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지 주목된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류세나 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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