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삼성-애플 2차 소송 '3대 관전 포인트'


[김익현기자]삼성과 애플이 또 다시 맞붙습니다. 2012년 8월 1차 특허 소송에 이어 1년 7개월 만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소송을 다룰 겁니다. 펀치를 한 대씩 주고 받을 때마다 일희일비할 거구요.

당연히 미국 언론들은 애플 쪽으로 살짝 기울어질 테지요. 우리 언론은 아무래도 삼성에 좀 더 마음이 갈 겁니다. 어쩔 수 없지요. 언론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요. 그런 전제를 깔고 얘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소송 당사자인 삼성과 애플에겐 승패가 가장 중요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엔 단순히 이기고 지느냐는 차원 이상의 중요한 이슈들이 담겨 있습니다. 두 회사 승패도 중요하지만, 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따져봤습니다. 1차 소송과 이번 소송이 어떻게 다른 지를. 어떤 쟁점들을 눈여겨봐야 할 지를. 어쩌면 이 글은 선정적인 여론몰이보다는 배경을 따져보는 냉철한 분석 정신으로 접근하겠다는 자기 다짐인지도 모릅니다.

1. 특허소송 vs 배심원 재판

잘 아는 것처럼 1차 특허 소송 때는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UI)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애플 측은 ‘트레이드 드레스’를 강조했습니다.

사실 1차 소송은 삼성이 원초적으로 이기기 힘들었습니다. 눈에 확 두드러지는 겉모양을 가지고 싸워야 했기 때문이죠. 여기에다 삼성이 애플 제품을 벤치마킹한 문건이나, 개발-디자이너를 독려하는 메일에 애플이 강하게 언급된 것 등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송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엔 디자인 특허권은 전혀 없습니다. 모든 게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들입니다.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이 다섯개가 애플의 공격 무기입니다.

배심원 교육 영상 때문에 삼성과 애플이 한 차례 힘겨루기를 했다는 소식은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혹시 그 영상 보신 적 있나요? 특허란 무엇이며, 어떤 절차로 특허권을 취득하느냐는 등의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릴까요? 배심원들은 이제 덧셈, 뺄셈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다뤄야 하는 문제는 대학 고학년 수준의 ‘고등수학’입니다. 여기에 이번 재판의 이슈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를 단순화해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쉽게 풀어주는게 변호사들이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쉽게 풀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전 이번 소송이 진행되면서 기술적인 이슈는 배심원 재판이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꽤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특허 이슈입니다. 단어 자동완성이라든가 밀어서 잠금 해제 같은 기술들을 특허권으로 강하게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는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에선 소프웨어 특허권 남발 문제가 이슈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같은 차원에서 이번 소송에도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게다가 재판 한 쪽에 구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흔히들 걱정하는 ‘미국 기업 위주 판결’에 대한 걱정은 덜해도 될 겁니다.

삼성과 애플 2차 소송이 시작되는 날 미국 대법원에선 ‘소프트웨어 특허 재판’의 막이 올랐습니다. 우리에겐 삼성, 애플 소송이 더 관심사이지만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장만 따지면 대법원에서 열리는 ‘앨리스 vs CLS’ 소송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두 소송을 함께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겁니다.

2. 애플 vs 구글

이번 소송은 표면적으론 삼성과 애플 간 싸움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애플이 문제 제기한 대부분의 쟁점들은 구글과 관련돼 있습니다. 플랫폼 전쟁의 두 당사자가 사상 최초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겁니다.

자, 이런 배경을 깔고 한번 따져볼까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건 2007년입니다. 반면 구글은 2년 가까이 지난 2009년 안드로이드 폰을 처음 출시했습니다. 대만업체 HTC가 출시한 ‘G1’이 사상 첫 안드로이드폰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아이폰을 보고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구글은 아이폰이 출시되기 훨씬 전부터 안드로이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얘길 한번 해볼까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건 2005년입니다. 그리고 2007년 5월 삼성, 퀄컴 등이 포함된 오픈핸드셋 얼라이언스(OHA)란 걸 결성합니다. OHA는 모바일 기기 플랫폼 표준을 만들겠다는 단체입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모태가 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구글이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건 애플 아이폰 때문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당시 구글의 핵심 사업은 검색이었지요. 그런데 MS가 모바일 플랫폼을 먼저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이 강하게 작용한 거지요. 그래서 자신들도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안드로이드 개발 작업을 진행한 겁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드는 과정도 복잡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원래 아이패드부터 먼저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모니터를 확보하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합니다.

초기에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천재’라고들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재이긴 했지만, 동시에 인간이었습니다. 한계도 많았다는 거지요.

아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아이팟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음악 기능까지 포함하기 시작하자 스티브 잡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됩니다. 자칫하면 아이팟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겠단 걱정을 하기 시작한 거지요. 당시 애플은 아이팟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아이팟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기기 정도로 생각했다는 겁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애플과 구글은 별도 영역에서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서로 상대방이 뭔가 개발하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애플이 조금 빨랐습니다. 2007년 1월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맥월드 행사장에서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구글 진영은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예쁘고 멋진 폰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구글은 그 해 중반쯤 안드로이드 폰을 출시하려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아이폰을 본 뒤 구글이 급하게 스마트폰 프로젝트를 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됐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번 재판에선 이런 부분들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겁니다. 애플은 구글이 아이폰을 본 뒤 프로젝트를 수정한 부분, 그리고 안드로이드 대부 앤디 루빈이 애플 출신이란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잡스가 안드로이드 폰을 본 뒤 분노했던 부분도 중요한 증거로 제출될 테지요.

하지만 구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 폰 출시 당시 에릭 슈미트는 애플 이사회 멤버였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 구글 창업자들도 잡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곤 했을 때입니다.

당시 개발 비화를 다룬 책들을 보면, 안드로이드 개발진들은 이런 인연 때문에 에릭 슈미트를 비롯한 구글 경영진이 초기에 애플 측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적인 선후 문제로 따질 부분이 아니란 거지요.

이번 재판에선 이런 개발 비화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이번 소송을 다루게 될 기자 입장에선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잡스의 말처럼 안드로이드 진영이 “파렴치하게 베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3. 애플 vs 안드로이드 진영

1차 소송 땐 안드로이드 폰이 아니라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제소 대상이었습니다. 이기든 지든 삼성이 떠안을 부분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소송은 다릅니다. 삼성(+구글)이 질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은 직격탄을 맞습니다. 과장하기 좋아하는 언론 표현대로 ‘애플세’가 신설될 지도 모릅니다. (제가 과장하기 좋아하는, 이라고 표현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미 MS세를 무수하게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번 소송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당연히 소송을 이끌게 될 루시 고 판사의 머리도 복잡할 겁니다.

법원 입장에서도 가장 좋은 건 삼성과 애플이 법정 밖에서 화해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막말로 양대 진영 보스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동맹의 결속력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인 거지요.

좀 길어졌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소송 굉장히 복잡합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겁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이번 소송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치고 받을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소송이 모바일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거지요. 그건 이번 사안을 보도할 기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