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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특허 인정될까"…美 대법원, 역사적 재판


CLS vs 앨리스 공방…CLS 승소 땐 SW 특허권 무력화 될수도

[김익현기자] “소프트웨어의 추상적 아이디어도 특허권을 줄 가치가 있는 걸까?”

삼성과 애플이 2차 특허 전쟁을 벌이는 31일(현지 시간) 미국 대법원에선 소프트웨어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소송이 열린다.

앨리스와 CLS은행이 공방을 벌일 이번 소송의 쟁점은 소프트웨어에도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것. 이 소송에서 CLS가 승리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주요 업체들의 특허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엄청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특허권 부여 여부 쟁점될 듯

이번 소송은 지난 2007년 CLS은행이 앨리스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CLS는 앨리스의 금융거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CLS가 문제 삼은 앨리스 특허권은 ‘계약관계에 있는 양 당사자들을 대신해 제 3자가 에스크로(조건부 날인 증서)로 자금을 관리하게 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CLS 측은 앨리스의 특허권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앨리스 측은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진 혁신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권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1심에 이어 연방항소법원도 CLS 요청을 받아들여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법원에선 전원합의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5대4로 아슬아슬하게 CLS 승소 판결이 나왔다.

그러자 앨리스 측이 곧바로 상고하면서 대법원 공방을 벌이게 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1981년 이후 33년 만이다.

대법원에서도 컴퓨터 내부 처리에서만 이루어지는 노하우를 특허권으로 보호할 수 있느냐는 부분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항소법원에서 CLS가 승소하긴 했지만 공방이 적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항소법원에서 5대4로 판결이 나온 소수 의견을 낸 킴벌리 무어 판사는 “수학적 알고리즘이나 추상적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할 경우 금융 시스템을 비롯한 특허권 수 십 만 개가 무효 처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 대법원, 33년만의 소프트웨어 특허 재판에 시선 집중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소프트웨어 특허권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보여 왔는지 소개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를 처음 다룬 것은 1972년이었다. 당시 AT&T가 전화기에 입력한 번호를 이진법 숫자로 바꿔주는 방법을 개발한 뒤 특허 신청을 했다.

하지만 미국 특허청이 AT&T에 특허권을 부여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IBM은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법원 역시 이 때는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뒤인 1982년 대법원은 또 다른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당시 토머스 디어란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해 고무 제작 과정을 좀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특허청은 197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 특허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디어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법원에서 공방을 벌이게 됐다.

이번엔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했다. 토머스 디어가 인조고무 처리 과정을 개발해낸 부분은 특허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결한 것. 단순히 알고리즘 만으로 된 것은 특허권의 대상이 아니지만 알고리즘이 전체 제작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부분에 주목한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1982년 이후 33년 만에 또 다시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를 다루게 됐다. 현재로선 이번 재판의 승패를 짐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짐작을 해 볼 수는 있다. 미국 대법원이 1972년 AT&T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알고리즘만으로 구성’ 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10년 뒤인 1982년 인조고무 제조 기술 관련 공방에선 알고리즘 뿐 아니라 컴퓨터를 비롯한 외부 기술이 같이 결합됐다는 점 때문에 특허권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이번 재판의 쟁점도 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앨리스의 특허 기술이 ‘단순한 알고리즘’이냐, 아니면 ‘알고리즘은 일부에 불과하냐’는 부분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재판 결과 따라 IBM 등 SW 특허권 보유업체들도 파장 예상

이번 재판이 관심을 끄는 건 단순히 두 업체만 승패 때문만은 아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IT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72년 대법원 재판 당시 소프트웨어 특허권에 반대했던 IBM은 이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특허 보유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 역시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도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무분별한 소프트웨어 특허권 남발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IT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번 재판은 31일 대법원에서 개막돼 오는 7월 경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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