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vs 애플, 세기의 특허전쟁 개막

미국서 31일부터 시작…안드로이드 진영 운명 가를수도


[김익현기자]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삼성과 애플이 31일(현지 시간)부터 2차 특허전쟁을 시작한다. 최근 끝난 1차 소송에서 9억3천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은 삼성으로선 복수혈전이나 다름 없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초 애플의 제소로 시작됐다. 여기에 삼성이 맞제소하면서 판이 커지게 됐다.

삼성과 애플 간의 맞대결이었던 1차 소송과 달리 이번 소송엔 구글까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애플이 문제 제기한 특허권 중 상당 부분은 안드로이드의 핵심 원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 승패에 따라선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통합검색-단어 자동 완성 등 안드로이드 기본 기능이 쟁점

첫 제소에서 재판까지 2년 여가 걸린 이번 소송은 공방이 진행되면서 계속 상황이 변해 왔다. 결국 재판부는 지난 해 9월 양측에 ▲특허권 5개 ▲공격 대상 제품 10개로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서 삼성 스마트폰은 갤럭시S3까지 포함됐다. 애플은 삼성 최신폰인 갤럭시S4를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애플 제품은 2012년 출시된 아이폰5와 아이패드4까지만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 역시 지난 해 출시된 아이폰5S와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포함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소송 무기나 다름 없는 특허권에선 삼성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애플은 처음 시작한 특허권 5개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삼성은 두 개만 남겨놨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 1월 삼성의 ‘멀티미디어 동기화 관련 특허권’(특허번호 757)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2개월 뒤인 3월초엔 삼성이 ▲업링크 패킷 데이터 전송 정보(특허번호 596)와 ▲부정기 데이터 전송(특허번호 087) 등 표준 특허권 두 건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번 특허 소송에선 비표준특허인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449) 및 ▲원격 영상 전송 특허(239) 일부 부분만 갖고 싸우게 됐다.

반면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5개 특허권을 앞세워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형식은 1차 때와 비슷…배상금 규모 큰 차이

삼성과 애플 간 2차 공방인 이번 소송은 1차 때와 비슷하게 열린다.

일단 재판은 매주 월, 화, 금요일 세 차례 열린다. 재판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30분에 종료된다. 점심 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주어진다.

양측이 동원할 수 있는 증인 수는 50명으로 제한됐다. 이와 함께 양측 변호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1차 때와 똑같이 부여하기로 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삼성, 애플 변호인들은 재판 모두 발언은 30분씩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체 증인 심문 시간은 25시간까지 하용한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증인배제신청(motion in limine)은 7개로 제한됐다. 또 증인배제신청 문건은 30쪽을 넘지 말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소송은 1차 때와는 많이 다르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구글이다.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UI) 위주였던 1차 소송과 달리 이번엔 안드로이드 핵심 원리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측이 신청한 증인 명단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 애플은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꼽히는 앤디 루빈을 소환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개발 작업을 진두지휘한 루빈은 지난 1989년부터 3년 간 애플에 몸 담은 전력이 있다.

애플 측에선 루빈이 애플에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는 쪽에 공격의 칼날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표면적으론 삼성과 애플 간 싸움이지만 실제론 애플과 구글 간의 스마트폰 플랫폼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럿거스대학의 마이클 캐리어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1차 소송에 비해 구글이 좀 더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 양대 강자인 구글과 애플이란 두 거인이 직접 격돌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애플 측은 이번 소송에서 20억 달러란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요구했다. 1차 소송 최종 판결에서 받아낸 9억3천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삼성이 패소할 경우 안드로이드 폰에 ‘애플 세’가 신설될 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이 애플을 맞제소하면서 요구한 배상액은 7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소송 역시 애플의 ‘밧데루 공세’를 삼성이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재판 시작 전부터 배심원 교육용 영상 놓고 공방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양측은 재판 시작 전부터 팽팽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은 배심원 교육용으로 배포된 ‘특허 과정: 배심원용 개관(The Patent Process )’란 동영상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애플만이 특허받을 만한 제품을 발명했다는 오해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미국 연방사법센터(FJC)가 만든 이 영상은 1차 소송에 참여했던 배심원들도 관람했다. 하지만 2차 소송에서 삼성이 문제 제기한 것은 FJC가 지난 해 이 영상을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애플 제품 일부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심원들이 이 영상을 볼 경우 애플만이 특허받을만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삼성 측이 문제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는 삼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재판 참가자들에게) FJC가 2013년 11월 제작한 ‘특허과정’ 영상을 배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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