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업자의 불법·유해 게시물 심의, 면책조항 필요"

"불법·유해 인터넷 게시물 심의, 사업자 의한 자율규제 해야"


[정미하기자] 불법성과 유해성을 지니고 있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국가의 직접 규제보다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포털사업자의 자율규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유해성 게시물에 대한 포털 사업자의 자율규제에 대해 면책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목동 방송회관에서 '포털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제고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포털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제고 방안: 내용규제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활동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맡은 황용석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인터넷게시물에 대해 독일과 영국 등이 각각 미디어자율규제기구(FSM), 인터넷감시재단(IWF) 등을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세계적으로 국가에 의한 일률적인 강제보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민간자율기구가 규율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을 불러왔던 인터넷 본인확인제가 헌법재판소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이 내려지는 등 한국에서 자율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12월 네이버(당시 NHN)·다음·SK컴즈·KHT·야후코리아 등 7개 포털사는 민간자율을 목적으로 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가 만들어져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황 교수는 불법·유해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포털 사업자의 임시조치에 대해 면책조항이 설치돼야 자율규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조치란 인터넷 게시물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으로 포털사업자가 해당 글을 삭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성 게시물이 해당되며, 포털 사업자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게시물 작성자에게 알리고,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조치를 취한다.

인터넷 게시물은 반드시 규제돼야 하는 불법 정보와 불법은 아니지만 규제를 필요로 하는 유해성 정보로 나뉜다.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는 음란·명예훼손·스토킹·청소년보호법위반·사행행위·국가기밀누설·국가보안법위반 정보 등이다.

특히 황 교수는 "명예훼손과 같이 개인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선 권리 피해자의 요청에 의한 임시조치를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며 "포털사업자별로 차이가 있는 임시조치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해성 게시물을 최종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KISO 등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해정보에 대한 최종 심의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등 행정명령권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다.

황 교수는 "민간 자율기구가 유해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법적인 면책을 부여해야 행동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투명한 절차를 통해 결정된 정책에 기반해 포털사업자가 사회적 유해성을 심의한다면, 자율규제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가 자살·성폭력·일반폭력 등의 유해게시물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과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정민하 대외협력실장 역시 포털사업자가 불법·유해성 정보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정보매개자로서 부담이 있다며, 사업자에게 음란물 등에 대한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정 실장은 "성보호법상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는 있지만 불법성에 대한 판단을 사업자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키워드를 던져주고 식의 게시물을 삭제가 아니라 금감원이나 식양청과 같은 행정 기구와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불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토론자들은 자율규제 확대에 대해 동의의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자율규제와 행정규제를 보완하자는 제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KISO와 방통심의위 중에서 우선 방통심의위의 법적 장치에 의해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KISO는 포털사업자가 연합해 만든 것으로 이용자의 권익 보호을 보호하려 하겠지만 사업자들의 이익 보장과 보호 기능을 할 수 있어 KISO와 방통심의위의 역할이 다를 수 있다"며 "협업을 한다면 포털에서의 사회적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완책을 내놨다.

김성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포털이 지닌 정보독점력에 예로 들며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인수 있다면 자율형 규제가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뒷받침을 통한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포털에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임시조치는 사업자에 대한 과잉 요구"라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시물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이용자들이 스스로 열람 여부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발제자 황용석 교수는 KISO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사업자들이 만든 KISO가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과제가 남아있지만 사업자들이 만든 이익기구인 협회와 성격이 다르다"며 "추후 KISO의 성과에 대해 사회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KISO가 자율규제 모델 가운데 가장 느슨한 완전 독립형 자발적 자율규제이며, 완전합의제 형식의 의사결정구조를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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