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글로벌 공유와 협업으로 '힉스' 증명한 CERN


세계 최대 가속기…둘레만 27km, 지하 100m에 건설

[백나영기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차로 프랑스 국경 방향으로 20분을 가면 세계 최대 가속기가 있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나타난다. CERN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피터 힉스, 앙글레르)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신의 입자 '힉스'의 존재를 발견해 주목을 받았던 연구소다.

CERN 부근에는 둥그런 지구본 형태의 건물(전시관)이 눈에 띄었다. CERN의 상징인 이 모형은 물질의 근본을 밝히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상징한다.

전시관 도로 건너편에는 세계최대 가속기인 '강입자충돌기(LHC)'와 함께 충돌 입자를 검출할 수 있는 'CMS'와 '앨리스(ALICE)' 등 검출기로 이뤄진 CERN의 본부가 있다. 이들 모두 신의 입자 '힉스' 입자 발견에 기여한 대표적인 연구시설이다. 특히 LHC는 둘레만 27km에 달한다.

◆지하 100m에서 밝혀지는 우주생성의 원리

CMS를 비롯한 연구시설들은 보다 안전한 연구를 위해 지하 100m에 설립됐다. 지난 25일 취재단은 시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작동이 멈춰 있는 CMS를 직접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지하 100m로 내려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엘리베이터로 1분10초. 지하에 도착하니 18m 높이의 거대한 CMS 검출기가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입자물리 연구에 쓰이는 검출기는 강입자 충돌시 발생하는 수많은 입자들을 디지털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센싱하는 역할을 한다. 이온 충돌을 통해 나오는 입자의 정체와 궤적을 센서를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검출기다.

CMS 검출기는 관리를 위해 11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있었다. 실제 실험시에는 이들을 이어 밀폐한 상태에서 진행한다. 검출기는 충돌 이후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입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센서와 보드, 자성체 등으로 만들어졌다.

LHC는 직경 3.7m 원형 터널에 있는 가속기로 6조원이 투입돼 2008년 건설됐다. LHC도 에너지 속도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 작동이 정지된 상태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가속기에서 양성자는 7TeV(테라일렉트론볼트)의 에너지로 속도가 높아져 14TeV로 충돌하게 되고 이 현상을 검출기를 통해 관측하게 된다.

루디거 보스 단장은 "LHC가 다시 가동되면 보다 큰 에너지로 보다 높은 휘도와 밀도를 가진 입자를 충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힉스 발견 이후에도 CERN의 임무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인류가 알고 있는 5% 외에 9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에 대한 규명도 CERN의 앞으로의 과제다.

CMS사업단 소속으로 현지에서 데이터 분석 등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장성현 박사는 "LHC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힉스 이후의 새로운 입자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통해 입자 표준 모델을 보다 보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공유와 협업 통한 연구

스위스 CERN 본부에서 프랑스령의 CMS 검출기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차로 20분 가량을 더 가야 한다. 앨리스 검출기로 가려면 다시 스위스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25일 만난 장 마리 르 고프 CERN 금융 조달·지식 이전부문 코디네이터는 "중립적인 나라로 유럽의 중간에 놓이고 연결성이 좋은 곳을 찾다보니 스위스에 설립되게 됐다"며 "프랑스가 인근에 연구소를 세우고 참여하게 되면서 두 국경에 걸쳐 있는 유일한 연구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경을 걸쳐서 있다는 사실이 상징하듯이 CERN은 과학계의 유엔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를 하고 있다.

CERN의 운영 철학에는 공유와 협업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대학과도 같은 이곳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원들이 모여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CERN에서 CMS사업단의 연구원으로 파견 나와 있는 조미희 고려대 박사과정 학생은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수시로 토론이 이뤄지는 등 열정적인 분위기가 좋다"며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연구하는 글로벌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전세계 3천명의 연구자들이 CERN을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디거 보스 CERN 국제협력단장은 "노벨상 위원회가 상을 수여하면서 CERN을 거명한 것만으로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역시 글로벌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소는 지역적으로 분산된 슈퍼컴퓨터·서버 등을 연결한 그리드형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CERN의 검출기에서 나온 정보들은 연구소 자체 컴퓨터에 저장되고 2차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12개의 그리드에, 3차적으로는 150개 그리드에 저장된다. 초당 300MB씩 생성되는 방대한 입자의 데이터터를 전세계로 분산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와 www 개발을 함께 진행한 컴퓨팅센터의 직원 데니스 헤거티는 "팀 버너스리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다 쉽게 공유하고 전송하기 위해 WWW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개방과 공유로 탄생한 웹의 정신이 그리드라는 클라우드형 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진 것이다. CERN의 성과에는 글로벌 협업과 공유의 정신이 관통하고 있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글로벌 공유와 협업으로 '힉스' 증명한 CERN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