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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대선개입 의혹…朴정권 딜레마


국정원 사건 장기화…경제 활성화 장애물·지방선거도 미궁

[채송무기자] 국감 기간 중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 의혹이 새롭게 쏟아지면서 취임 8개월째인 박근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원에 이어 軍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정원은 검찰이 수사 중인 불법 댓글에 이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트윗 5만6천여건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립하면서 '외압' 세력을 거론, 국정원의 선거개입 뿐만 아니라 축소, 은폐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군 사이버수사대 요원들 역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보훈처가 2010년 총선 직후인 4월말부터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수천 건의 편향적 안보교육을 실시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가장 공정해야 할 정부 기관들이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주고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구나 축소·은폐 논란이 뒤를 잇는 것은 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수사를 맡았던 수서경찰서의 권은희 수사팀장이 "외압을 받았다"고 한 것에 이어 국정원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 역시 강한 어조로 검찰 수뇌부가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사의 축소, 은폐를 이야기했다.

이처럼 대선 개입 논란이 확대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순방을 다녀온 후 22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국정원 수사와 관련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야당은 지난 대선을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2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국민과 민주주의가 무너져가는 이 상황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동시에 수사팀에게 외압을 행사한 법무부장관과 국정원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책임있는 인사들의 즉각적 퇴진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이 사안의 본질은 검란도 아니고 항명도 아니다. 사상 유례없는 부정 사건,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방해와 외압"이라며 "박근혜 정권에 강력 촉구한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 출범이 이미 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도 불구, 선거 부정 등의 논란은 야당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박근혜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또 여야 관계의 극한 냉각으로 이어지고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국회에서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국정 난맥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경제 활성화를 어렵게 해 박근혜 정부의 뇌관이 되고 있는 재정 적자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 전 정국을 가늠할 내년 지방선거의 향방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보통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 구도로 치러진다. 당초 내년 지방선거는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1년 4개월만에 치러지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제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정치 전문가들도 내년 지방선거를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국정원 사태가 꼬이면서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심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야권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요구에 "대선에서 국정원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만 언급해 야당과의 큰 시각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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