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와 HW 산업 "통계가 없다"

산업 통계 부족으로 사업계획 및 관련 정책 수립 한계


[김관용, 김국배기자] PDF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인 A부사장은 올해 초 PDF SW 시장 규모와 제품 점유율, 목표 점유율 등을 산정하려다 또 한 번 벽에 부딪혔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A부사장은 관련 업체의 연간 매출액에서 PDF 분야의 매출액과 공급 단가를 추정해 사용자 수를 추산했다. 여기에 전체 시장 규모는 오피스 SW 시장의 10분의 1이라는 잠정치를 적용하는 고육지책으로 사업 계획을 짰다.

제대로 된 통계가 부족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국내 IT기업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통계 기반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흡한 통계 탓에 시장 규모 산정이나 수요 예측이 쉽지 않아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것은 물론 기본 정보조차 구하기 쉽지 않아 언론 보도 내용을 퍼즐 맞추듯 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통계 부족은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통계 없이 만들어진 정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된 정책만을 양산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SW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참고하거나 언론의 보도 기사를 통해 조각을 맞춰 확인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소프트웨어공학센터가 제공하는 월간 동향 보고서가 SW 현황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계"라고 말했다.

한 하드웨어(HW) 관련 업체 대표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산업 규모가 3.5조원이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IDC나 가트너 등의 시장조사기관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수치를 인용하는 수준의 통계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SW 및 HW 관련 통계 신뢰도 낮아

일부 통계도 기업들이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업용 HW 중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경우 매출 산정 기준이 업체마다 달라 정확한 전체 시장 규모를 추산하는데 한계가 있다.

SW기업 통계 또한 어느 회사는 자사 매출을 기준으로, 다른 회사는 최종 소비자 납품액을 척도로 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SW 및 HW 관련 통계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말고도 통계청이나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에서 약간의 SW 및 HW 관련 통계 자료를 찾아볼 수는 있다. 최근에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 7월 '2013 SW 천억클럽'이라는 자료를 공개했으며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공공기관 ICT 장비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개 SW나 HW를 포함한 IT 전반을 다루거나 산업 전체 또는 큰 카테고리 정도로만 구분하고 있을 뿐 '하위 분류 체계'가 없어서 통계로서의 가치와 효과가 떨어진다.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따른 새로운 개념의 SW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국내 통계는 여전히 패키지·시스템·응용 SW로 구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특정 분류의 소프트웨어가 생겨나고 변경되는데 분류 체계는 고정적이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SW 천억클럽' 통계만 보더라도 매출 단계(300억·500억·1천억·5천억·1조 원)별 분류와 매출 합계, 평균 직원수, 상장 기업 등 간단한 정보만 있을 뿐 실제 해당 SW 기업이 어떤 SW 산업군에서 그런 실적을 냈는지조차 없다. 사실상 SW 기업의 사업적 활용보다는 SW 산업 홍보 효과에 치우친 모양새다.

또한 매출 1천억 원 이상 기업에는 안랩과 더존비즈온 정도를 제외하곤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 서비스 회사나 NHN, 넥슨 등 포털·게임사가 대부분이었다. 순수 IT솔루션 업체인 패키지 SW 회사의 경우 대부분 매출 300억 원 이하에 머물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번 통계가 SW산업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착시효과를 불러와 사실상 규모를 뻥튀기 한 통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W 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위 내용에 SW도 있다는 이유로 SW 기업이고 SW 매출로 잡겠다는 말"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SW 산업에 속하는 기업은 엄청나게 많고 매출 규모도 매우 크게 보이겠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밖에는 안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산업의 경우에도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실정. 지난 7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가 발표한 '공공기관 ICT 장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산 네트워크 장비 도입률은 23.1%로 나타나 전년대비 1.3%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보안 장비까지 포함한 수치로 순수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은 10% 이하라는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보안 부문의 경우 그동안 국산화율 제고 노력으로 공공 기관 대부분이 국산 보안 솔루션을 활용 중이며 KANI 조사에서도 보안장비의 경우 국산화율이 88.2%에 달했다.

특히 HW 장비의 경우 외산 비율이 높은데, 외국계 기업들을 상대로 제품 매출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장조사기관 발표에 통계를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국산 장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IT네트워크 장비 구축 및 운영 지침이 시행됐지만 관련 예산은 없는, 말그대로 계획에 그치고 있다"면서 "국산 ICT 장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 장비 산업의 매출 구조와 인력 운용 현황, 장단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예산 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나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는 관련 예산과 데이터 접근성 등의 문제로 직접 통계 조사에 나서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에 지속적으로 이의 필요성을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측은 "SW산업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핵심 산업임에도 아직 정확한 통계 자료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SW 부문 통계자료들을 통해 국가경제 전체에 SW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또한 "IT산업 전체에서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 차지하는 규모와 중요성을 파악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기업의 사업계획 및 비전 수립 곤란, 정부 정책 수립시 데이터 부족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통계를 위한 관련 예산 배정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관용기자 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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