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유럽 디자인연구소 '혁신의 요람'

디자인연구소-LRL-PIT 3각체제, 소프트경쟁력↑


[민혜정기자] "가전의 경우 지역별 정서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체험과 경험 없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삼성전자 이경훈 유럽 디자인연구소장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유럽 디자인 연구소 공개 현장에서 가전은 다른 분야보다 지역별 생활 양식, 문화적 감수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전 세계 가전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한다. 빌트인 가전과 같은 프리미엄 가전이 애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생활 양식이 우리나라와 다르고 소비자들이 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깊기 때문에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전이 유럽에 통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삼성은 데이터와 영상으로 트렌드를 읽어서는 결코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고 보고 유럽 트렌드의 중심에 디자인연구소를 세웠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유럽 디자인연구소는 유럽디자인연구소 본부와 라이프스타일 랩(Lifestyle Research Lab, LRL),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roject Innovation Team, PIT) 3개 조직이 들어서 있다.

이들 조직은 삼성의 '디자인 - 생활문화 연구 - 콘셉트 발굴'을 책임지는 3각 편대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는 '유럽의 현재'를 느끼기 위해 유럽 문화와 금융의 중심인 런던 다운타운에 들어서있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 사무실의 외형은 특별한 콘셉트가 없었다. 어떤 방은 가구나 시계가 유럽 근대 은행을 연상시켰고, 어떤 방은 손님들만 앉아있다면 아늑한 커피숍을 연상케했다. 천장에는 솔잎같은 조형물도 달려 있고 사무실 한켠에는 당구대도 놓여 있었다.

이와 관련해 LRL과 PIT를 총괄하고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이윤철 상무는 "직원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답을 정해놓고 과정을 밟는게 아니라 다양한 과정 속에 답을 찾는 유럽 디자인 연구소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일본의 도쿄, 인도의 델리에도 디자인 연구소를 하나씩 두고 있다. 유럽에는 런던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밀라노, 프랑스 파리에도 연구소를 마련해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에 3곳을 둔 이유는 유럽 각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 연구소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경훈 소장은 "전통가전 명가들의 본토인 유럽 지역 연구를 통해 삼성전자가 재해석한 생활가전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며 "유럽 굴지의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생활가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말했다.

◆PIT, 한효주 카메라와 FDR이 탄생한 곳

유럽 디자인 연구소와 함께 있는 LRL은 가족, 집, 건강, 교통, 음식, 의류 등 현지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태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윤철 상무는 "LRL은 학문으로 치면 사회과학과 같은 조직"이라며 "각 나라의 사람들이 플랫폼에 얼마나 가깝게 서 있는지, 자동차 보급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 기본적인 생활 방식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LRL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PIT는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을 거쳐 제품의 콘셉트를 제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실험적으로 미국 산호세에서 PIT를 발족한 이후 2010년 영국 런던, 인도 델리, 중국 베이징, 2011년 싱가포르에 PIT를 추가 설립했다.

이윤철 상무는 "PIT를 통해 '한효주 카메라'라 불리는 듀얼뷰 카메라, 냉동실이 하단에 있는 프렌치도어 냉장고(FDR)가 탄생했다"며 사람들이 셀프카메라 찍기를 참 좋아한다는, 냉동실이 왜 꼭 위에 있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발상으로 듀얼뷰 카메라와 프렌치도어 냉장고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디자인연구소의 인력 규모는 세계적으로 50여명정도다. LRL이나 PIT도 마찬가지. 가볍고 탄력적인 조직 형태로 삼성 가전에 혁신 DNA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가전의 수장인 윤부근 CE부문장(사장)은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 디자인스토리'에서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치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도전', 소비자의 행동양식을 철저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준비', 상품 기획부터 서비스와 마케팅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업'으로 최고의 솔루션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것이 삼성 디자인의 역동성을 말해 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디자인연구소는 이 같은 역동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삼성 혁신의 요람인 셈이다.

런던(영국)=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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