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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소설 '리미노이드' 연재를 시작하며


 

요즘 세대를 N세대라고 한다. 나는 요즘 대학생들을 아예 네트유목민이라고 한다. 그네들은 네트 속에서 수많은 차원과 세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실존과 자아를 키우고 과거의 선배들과는 다른 새로운 전통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다 인터넷의 덕분이다.

나는 인터넷의 넘쳐나는 정보들을 마주 대하면서, 마치 우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정보가 담겨 있다는 미지의 '아카식 레코드(The Akashic Records)'를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더욱이 시대를 앞서가는 IT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은 꽤 신나고도 두려운 일이다. 소설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은 마치 도박행위와 같다. 밀리면 패를 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미래에 관심이 많다. 내가 문학과 연극을 가르치면서도 신종 예술장르인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인터렉티브한 게임을 통해 인류 문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집적되고 전수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버그를 직접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진짜 세상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끔찍한 상상을 하곤 한다. 그 허튼 상상을 소설로 꾸며볼 것이다.

소설 속에서 독자 여러분은 우리 인류가 수천년간 숙성해온 과학기술이 몇몇 위정자에 파쇼적 발상에 의해 인류 멸망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을 냉엄하게 지켜 볼 것이다. 늘 그랬듯이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과학은 마치 '칼의 양면성'과도 같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요리사의 손에 있느냐, 강도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물론 우리는 과학기술이 선한 방향으로 이용되고 인류에 보편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쪽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것이 내가 쓰려는 '리미노이드'의 핵심주제이다.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과학문명은 종교를 비롯한, 엄밀히 말해서 원시 토속종교, 즉 토템신앙 및 신화를 포함하는 모든 정신세계와 대 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은 상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인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해한 사물과 현상에 직면할 것이고 그 무엇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무중력의 상태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 인류는 어떻게 그 무서운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그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예단 할 수 없지만, 유토피아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이, 또 그 아들의 아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가 디스토피아의 세상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것은 죄악이다.

소설 '리미노이드'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미래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백두대간 이사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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