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게임을 '게임'이라 못부르는 게임업계

남경필 협회장의 '게임' 뺀 협회명칭 변경에 게임업계 '분노'


최근 1주일 게임업계를 취재하면서 만난 관계자들은 대부분 '게임산업협회'의 명칭 변경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게임산업협회의 명칭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바뀐다는 아이뉴스24의 보도 이후 게임업계는 이른 바 '멘붕'에 빠졌다. 게임산업협회가 스스로 게임이라는 이름을 지운 것에 대해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조직적으로 협회 명칭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려 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 연대(가칭)를 추진하고 있는 한 단체는 성명서를 배포하면서 협회명은 게임산업협회로 되돌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게임산업협회의 명칭 변경은 국회의원인 남경필 신임 협회장이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이다. 남경필 협회장은 "새누리당도 당명 변경으로 국민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갔다"며 "협회도 명칭 변경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

그래서 나온 새로운 명칭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다. 이 명칭은 협회 회원사들의 의견을 통일한 것이 아닌 '탑다운' 방식으로 통보됐다.

협회는 게임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이익단체는 당연히 협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협회는 협회비를 내는 협회 회원사들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명칭 변경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점은 이익단체인 협회가 회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임이라는 명칭을 빼면서 협회가 내세운 논리도 빈약하다. 협회는 디지털 융복합 추세를 반영해 게임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최근 국민적 여가로 격상되고 있는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게임'을 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설명이다. 게임업체들의 모임에 게임이라는 단어를 뺀다고 해서 게임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최초의 정치인 협회장이 취임하면서 게임산업협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각종 규제에 신음하던 게임업업계 관계자들은 남경필 협회장이 '게임=악'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했다.

취재 도중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남경필 의원을 협회장으로 세운 것을 게임을 게임답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해서였지 게임이라는 이름을 버리길 기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게임업계 종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임 남경필 협회장은 첫 행보부터 업계에 실망감을 안겨준 셈이다. 스스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인정하면서 게임이라는 명칭을 버린 남경필 협회장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의 반발이라고 흘려버릴 만한 수준은 아닌 듯 하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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