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게임죽이기' 법안, 부당하다


정부, 각계각층의 비난 여론 귀담아 들어야

게임업계 매출 1%를 걷어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 기금으로 활용한다는 법안과 시행중인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차단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 발의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기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경마·경륜·복권 등 사행산업에 0.35%의 기금을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업계에 매출 1%를 기금으로 걷겠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도박보다 더 나쁜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중독에 신음하는 청소년들을 위한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게임을 유해콘텐츠라는 단정아래 게임 업계에서 도박산업보다 더 많은 비율로 기금을 걷겠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게임은 그 자체로 유해한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를 나쁜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많다. 게임은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한국 대표 여가 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사전등급분류 제도에 따라 연령별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 정해지기 때문에 그 등급에 맞게 누구나 즐길 권리도 있다.

물론 과도하게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 과도하면 나쁜 것이 비단 게임뿐인가. 24시간 영화만 보는 것도, 24시간 TV만 보는 것도, 24시간 공부만 하는 것도 모두 심신에 나쁘다. 과도한 것이 나쁘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부모의 책임)을 게임이나 TV에만 돌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게임을 하지 못하는 법률을 만든다고 해서 그 시간에 청소년들이 잠을 잘 것이란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마음만 먹으면 해외 게임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법안이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 때문에 자녀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도 "(규제법률안이) 정말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냐, 게임업계의 매출 1%를 기금으로 걷기 위한 것이냐"고 비판한다. 그는 "지금 당장 자녀가 즐기는 게임을 함께 해보라.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의 문화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번에 규제만 강화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부는 법안 내용 공개 이후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누리꾼들은 관련 보도에 댓글로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 외에는 여가시간을 즐길 수 없는 사회의 문제",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자동차 생산업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발상", "이번 법안으로 한국 게임산업은 망하고 외산 게임들만 넘쳐나겠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비판이 쏟아지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손인춘 의원실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렇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매출 1%를 무조건 걷겠다는 것이 아니라 업계와 의견을 조율해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법안을 제출하긴 했으나 이제 발의 단계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그동안 나왔던 게임규제에 대한 의견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손인춘 의원실은 지난해 8월부터 이 법안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5개월여 동안 무엇을 준비한 것인가. 게임중독이 심각해서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 하면 게임중독을 예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업체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남궁훈 대표는 '지스타 보이콧'이라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냈다. 지스타를 개최해온 부산 해운대 지역구 의원조차 게임의 역기능만 바라보고 규제안을 공동발의했다는 것에 대한 항의의 움직임일 것이다. 위메이드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회사들도 지스타 보이콧 검토에 들어갔다.

되돌아보면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법안을 통과시킬 때 게임업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오합지졸'이었다고 말하는 게임업체들이 청소년 보호라는 대승적인 논리에 셧다운제라는 초유의 게임규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게임규제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스개소리처럼 '게임 서버를 해외로 옮기고 본사도 가까운 일본이나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외 게임기업들은 국내 게임규제를 대부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이 이야기가 이번 게임규제 강화 법안으로 인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내놓을 거라면 올바른 게임규제, 올바른 게임중독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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