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구글-애플 같은 '플랫폼 정부' 나와야"


이병기 전 방통위원 "시장 간섭 안하고 '환경조성' 주력"

[강은성기자]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정부주도형 산업 정책이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정부는 이제 시장 관여를 최소화 하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할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방송(ICT) 전담부처 설치에 대한 관련 업계 요구가 높은 가운데, 정작 전담부처가 설치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제시가 나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전 상임위원을 지내고 현재 국가미래연구원 위원으로 재직중인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ICT대연합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와 정부조직개편 방향'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교수가 강조한 것은 정부 조직과 운영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새마을운동을 했고, 고속도로를 건설했으며 제조업에 기반한 눈부신 성장을 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으로 설치된 정보통신부는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강력한 정부주도방식의 ICT '산업화'를 일구는데 한몫했고, IT코리아라는 위상을 세우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고 '근본적인 변화'없이는 성장동력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될 때에 준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만 '지식창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 철학과 정부 조직, 정부 운영, 법제도, 공무원 의식까지 일대 혁신 필요하다"면서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상응하는 범정부 차원의 결집된 노력이 필요하며 최고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해답으로 이 교수가 제시한 것은 다름아닌 ICT였다.

과거 산업화 시대 '하드웨어'가 중심이었고 이에 기반한 물류, 유통, 사회적 인프라가 하드웨어 기반으로 운영됐지만,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전혀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산업화 시대 상품이 하드웨어였다면 지식창조 사회에서는 무형의 콘텐츠가 있다. 하드웨어가 공장에서 기계에 의해 대량 생산된다면 무형의 콘텐츠는 사람에 의해 창조적으로 만들어진다. 하드웨어가 물류 유통망으로 시장에 나왔다면 이 콘텐츠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이나 관세도 없이 퍼진다"고 말했다.

시대는 이미 지식창조 사회로 변화했고 그 중심에 ICT가 있는데, 정부는 산업화 시절의 제도와 정책을 적용하려고만 하니 시장과 정부 운영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지식창조 시대에 창조경제를 이끌 ICT 전략부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ICT는 새로운 지식산업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전통산업)을 재창조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우리 정부는 '자기변화'에 실패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창조적인 발상화 기술이 요구되는 지식창조사회에서 정부주도 방식의 정책을 고집한 탓에 오히려 시장이 왜곡되고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이 교수가 제시한 그림은 '플랫폼 정부'다.

'정부 3.0'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국정운영 철학으로 채택하고 조직을 '플랫폼 형'으로 재정립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에 직접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역량을 따라갈 전문성도, 혜안도 없기 때문"이라면서 "기업이 할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마련해 놓고 모든 개발자와 제작자들이 스스로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를 사고 팔도록 '장'을 마련해 준 결과 거대한 생태계가 생겨난 것처럼, 정부 또한 산업에 대해 이같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생활 보호나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정보를 빼고는 모든 공공정보를 개방해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한 행정을 이루며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구글-애플 같은 '플랫폼 정부' 나와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