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민영KT의 과제와 통신시장 경쟁구도의 변화

 


KT의 민영화 일정이 완료되면서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전면 민간기업간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KT는 시내/외, 국제전화등 유선전화 서비스와 전용회선, 초고속인터넷등 종합 통신서비스 뿐 아니라 자회사로 KTF, KT아이컴등 이동통신업체는 물론 디지털위성방송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정보통신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통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통신업계는 공기업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KT의 경쟁 전략이 향후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거대한 변화를 몰고올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가치 극대화가 KT의 기업목표

KT는 민영화를 통해 그동안 묶여 있던 '공기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났다.

지난 2000년 KT의 자회사인 KTF가 한솔엠닷컴 인수를 결정할 당시 통신시장의 가장 큰 문제제기는 "공기업의 자회사가 민간기업을 인수, 몸집을 불리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KT가 보편적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난 2000년 7천억 가까운 손실을 발생했을 때 통신업계는 "공기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기업으로서 그 정도의 공익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적자발생이 당연한 사안으로 일축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보다 KT가 더 적극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유에 대해 KT 고위관계자는 "공기업이라는 굴레를 안고는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KT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는 민영화 일정을 완료하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기업의 목표를 '주주가치 및 경영 효율성의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의 극대화'라고 명시했다.

그동안은 '전기통신사업의 합리적인 경영과 전기통신기술의 진흥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KT의 목표였다.

이용경 KT사장은 경영계약을 통해 오는 2005년까지 14조7천600억원의 매출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3년간 연평균 10%가까운 매출성장을 달성해야 가능한 목표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이 사장의 경영목표는 미국의 AT&T, 일본 NTT등 전통적인 유선통신사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강력한 공격적 경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업계는 민영화를 통해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KT의 공격적 경영이 얼마나 잠재력을 가질지에 대해 분석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경쟁과 공격적 마케팅의 상관관계

민영 KT는 공격적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기업의 목표 뿐 아니라 통신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 풍토 조성을 위한 책임과 공익사업 지속이라는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민영화특별법등 KT의 지배구조를 규정하는 규제법률로부터 벗어나기는 했으나 아직 한국전기통신공사법폐지법률에 의해 공익성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또 적자가 뻔한 산간오지등에 초고속인터넷망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고 후발 시내전화사업자 및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에게 가입자선로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비와 회선을 임대해 주는 의무도 있다.

또 여전히 전체 적자의 절반밖에 보전받지 못하는 보편적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등 순수 민간기업으로서는 자유롭지 못한 굴레에 매여 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민영화된 KT는 이미 전체 주식의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기업이익에 반하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KT는 통신서비스 시장 공정경쟁을 위한 책임과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상반된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KT의 과제

KT로서는 신규사업을 통한 수익구조를 창출하면서도 시장에서 후발사업자들이 유효한 경쟁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적절한 몫을 보장해 주는 현실적인 경쟁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내전화 시장에서 KT가 97%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현재의 시장구도로는 민영 KT는 정부와 소비자의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후발사업자에게 절절한 시장을 보장, 규제와 비난을 피할 수 있으면서 실익을 찾는 마케팅 전략이 세워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초 KT가 제시한대로 통신서비스 산업에서 탈피, IT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모든 산업에 진출, 국가 IT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 의해 KT는 스마트카드 사업이나 유·무선 종합 포털인 렛츠KT닷컴 등 신규사업 진출 과정에서 KT가 직접 사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각 산업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KT의 IT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의 사업계획을 구상중이다.

이와함께 KT는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벗어나 글로벌 사업자로 발전하기 위한 세계시장 진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 진출 전략 역시 BT등 실패를 거듭한 해외사업자들의 무리한 M&A전략이나 장기간 통신망 구축 이후 수익발굴이 어려운 전통적인 해외사업 전략을 탈피,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통신 장비업체들의 수출 중개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최근의 해외사업 역시 장기적으로 KT가 탈피해야 할 해외진출 전략이 될 것이라는게 KT내부의 지적이다.

KT 지배구조 아직 미완

민영화된 이후 KT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배구조의 문제이다.

당초 KT는 전환우선주 제도를 도입, 특정기업의 적대적 M&A를 방지할 계획이었으나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전환우선주 제도 도입이 불발로 끝났다.

더구나 이용경 KT사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49%로 한정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지분한도 철폐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영화특별법에서 제외, 동일인이 KT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동일인지분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지분한도가 철폐될 경우 KT의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기업이 있을 경우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정부주식 매각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SK텔레콤이 대주주로 부상한 상황에서 지배구조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KT로서는 향후 더더욱 지배구조 문제가 논란거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KT경영권 장악의 의도도 능력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KT가 지배구조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이 있는 외국인이나 국내 재벌이 KT 장악에 나설 경우 사실상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KT의 소유와 경영 분리 및 경영효율화를 보장할 수 있는 지배구조 안정화를 마련하기 위한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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