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헌] '소리바다' 해결을 위한 몇가지 제안

 


소리바다가 법원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사이트를 폐쇄한 그날, 모르는 곳으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소송을 하면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인지를 묻는 전화였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있는 동안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소리바다 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8개 P2P 사이트에도 법적조처를 취하기로 한 것 같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우선은 생각 좀 해야겠다고 전화를 끊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벌써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내 회사는 그 8개 P2P 사이트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P2P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00년10월이니까 서비스 기간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정보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기술적도구는 P2P다”라는 인식으로 무료 P2P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러 가지 경제적 시련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서비스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제 그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할까?

P2P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흔히 초배포 또는 초유통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Super-distribution이다. 특정한 자료를 P2P방식으로 배포할 경우 서버 중심의 기존 배포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P2P네트워크의 참여자 대부분에게 유통된다.

예를 들어 소리바다 네트워크에 누군가 새자료를 MP3형태로 만들어 자기 PC에 공유하게되면, 순식간에 소리바다 전사용자가 자료를 접근할 수 있게 되고, 한번 다운받은 자료는 또다시 공유되어 접근가능한 자료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리고, 그 자료는 더 이상 누군가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 인기있는 자료의 경우 수백만의 소리바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받아갈 수 상태가 되는 데까지는 불과 몇시간도 안걸린다.

초배포특성을 가진 P2P기술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구나 인식하듯이 저작권있는 자료가 초배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있는 자료가 P2P네트워크에 올라왔을 경우, 과연 누가 초배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가에 대한 법리 논쟁은 차치하고, 저작권자가 저작권자로써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여하튼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한다. 나는 모든 정보는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주의자가 아니다. 소리바다든 타 P2P사이트이든 저작권을 보유한 측에서 자신의 저작권이 P2P기술에 의해서 피해를 입고 있음을 밝혔을 경우에는 어떤식으로든 그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운영에 바빠서라고 핑계를 대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소리바다와 한국음반산업협회와의 법적공방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갑자기 소리바다와 내가 똑같은 처지가 될 지 모른다는 전화를 받고보니 소리바다와 한국음반산업협회간의 문제의 해결책이 어떤게 있을까 새롭게 고민해 보게되었다.

먼저, 이미 해결책으로는 실패했다고 보여지는 방법으로 미국의 냅스터 판결과 같이 저작권있는 자료는 소리바다에 올릴 수 없게 하고, 저작권없는 자료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다. 얼마나 단순 명료한 판결인가?

그러나 기술적으로 볼 때 자료를 보고 그 자료의 저작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소리바다에서 자료를 특징지을 수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파일명, ID3태그라 불리우는 파일안에 포함되어있는 100자 정도의 문자열, 그리고 파일크기, 음질 등의 인코딩정보가 그것인데, 이 정도의 정보로 저작권있는 자료를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 파일명에 인기그룹 ‘핑클’을 ‘핀클’이나 ‘핑끌’이라고 표시해도 거의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는 ‘핑클’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하여 초배포를 하겠지만, 인공지능을 가지지 않은 컴퓨터로는 ‘핀클’ 이나 ‘핑끌’을 걸러내어 초배포를 막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냅스터가 저작권있는 자료의 필터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실패해 문을 닫고 말았고, 소리바다도 필터링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서비스에 적용할 만큼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리바다 운영자들에게 필터링을 전제로 한 서비스 재개를 요구한다면 이는 사실상의 서비스 영구중단을 뜻하는 것이고, 기술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두번째로, 소리바다 운영자들이 제안하는 유료화이다. 사실 소리바다 프로그램은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과 복제기능이 있는 카셋트 플레이어나 VTR, CDR 그리고 복사기 등과 같아서 소리바다 사이트 운영자나 제작자에게 불법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그 사용자들이 법의 테두리안에서 활용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도구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양의 저작권있는 자료가 유통되고 있고, 저작권있는 자료를 충분히 구분해낼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수백만이나 되는 사용자들을 저작권을 침해한 가해자로 만드는 것 보다는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정당한 대가를 얼마로 설정해야하는가?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주장대로 피해액을 2천억원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만큼을 소리바다의 사용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을까? 피해액이 과연 그 정도가 되는지 아니면 그보다 더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네티즌의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무료로 서비스를 받던 것을 유료화한다면 그 가격은 매우 저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네티즌들은 소리바다가 아닌 다른 P2P서비스로 옮겨가게 될 뿐이므로, 한국음반산업협회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소송상대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인 것 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영화를 무척좋아한다. 특히 SF영화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사느라 바빠서 영화관에 자주가지 못한다. 간혹 아는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이 최신 영화 동영상을 권할 때가 있는데,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것과 컴퓨터 모니터로 동영상을 보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 할 지라도 화질이나 그 감동의 정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영화 동영상을 누가 CD로 만들어주더라도 단지 내용을 알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별로 끌리지 않는다. 좋은 영화라면 감동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영화관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리바다를 지켜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소리바다 P2P 프로그램의 사용자들은 CD를 구매한 사람들과 거의 동일한 음질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CD 구매자들(소리바다에 최초로 파일을 올리는 사람들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이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과 차별화된 들을 권리를 갖게하여 음반의 판매를 촉진하고 결국에는 저작권자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도록 하게 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이 CD와 동등한 수준의 음질을 가지는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것은 막게 하는 것은 어떨까?

먼저 기술적으로 음질에 대한 정보는 음악파일에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하여 필터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소리바다를 비롯한 어떠한 P2P서비스에도 매우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음질이 CD음질과 차별화 되는가는 약간의 논란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28K비트 이하의 음질은 고음이나 저음 영역에서 음이 찌그러지는 것이 들리는 것으로 봐서 허용범위는 128K비트 이하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이를 받아 줄 수 있을까? 소리바다를 통해 배포되는 음악파일이, CD와 뚜렷한 음질차이를 보이게 되면 꼭 이 때문에 음반판매가 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귀는 상당히 예민하다. 음악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므로 약간의 음질차이에도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 참고로 내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명곡이나 명반의 경우는 LP판을 가지고 있더라도 CD로 나오면 꼭 새로 산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는 CD와 유통가능한 MP3파일의 음질차이와 P2P기술의 초배포특성을 고려해서 오히려 음반사들이 신곡의 홍보를 위해서 소리바다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들은 소리바다가 어떤식으로든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음반산업협회가 P2P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늘려나가게 되면 협회를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소리바다와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좋은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고 설사 그 해결책이 어느 정도의 유료화나 무료 서비스의 품질저하가 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이다.

끝으로 소리바다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음반사들이 과연 눈에 띄는 매출증가를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소리바다의 P2P 서비스가 음반사들의 이익에 과연 부정적인 역할 만을 했는가를 이젠 실증적으로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전경헌 수퍼스마트 대표 allen@super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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