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한류' 지속하려면 IT서비스에 대한 시각 바뀌어야

[IT서비스 성장동력, IT한류로 찾는다] 개선점과 남은 과제


[김관용기자] 한국의 명품IT를 세계에 전파해 온 IT서비스 기업들은 요즘 해외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각종 규제를 넘어서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전자정부를 비롯,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효자 노릇을 해 온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국내에서의 경험과 실적에 기반해 그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한다.사실상 우리나라 정부가 '인증'해 준 IT서비스 기술로 해외 시장에서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실적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러나 이번 법 통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등 IT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 금지가 현실화되면서 해외 진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IT서비스 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는 IT서비스사들에게 국내 사업은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성공 사례 없이는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성공 사례의 유효기간은 최대 3년으로, 향후 더 이상 언급할 수 있는 사례가 없어지면 해외 진출의 길도 막힌다"고 주장했다.

◆"국내 구축 경험으로 해외 진출했는데…"

그동안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대기업 계열'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피하고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의 대형 IT서비스 기업 뿐 아니라, 중견 기업들 또한 중장기 비전으로 해외 진출을 꼽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IT서비스 기업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공공기관에 대한 사업 수행 실적이 없으면 현지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업들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전자정부다. 국내 전자정부 사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현지 시장을 공략, 전 세계에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우수성을 전파한 것이다.

대부분의 IT서비스 기업들이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철도 요금징수시스템(AFC)의 경우 국내 지하철에 먼저 적용된 기술이다.

삼성SDS가 중국과 인도 지하철에 적용한 AFC는 서울지하철 6,7호선과 KTX 고속철도, 대전지하철 1호선에 사용된 패키지를 바탕으로 구축한 사례다. 포스코ICT가 브라질 상파울로에 수출한 스크린도어(PSD) 기술도 서울지하철 2·7호선, 광주광역시 지하철 공급 사업에서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베트남, 몽골, 코스타리카에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한 삼성SDS의 사례는 우리나라 조달청 '나라장터' 사업이 원조며, LG CNS가 담당한 몽골 지식재산권 현대화 사업, 바레인 법인 등록 및 인허가 시스템(BLIS)은 우리나라 '특허넷'과 대법원 등기시스템을 수출한 사례다.

SK C&C가 수주한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주소등록정보시스템 구축 사업과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사업도 국내 적용 사례가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아제르바이잔 주소등록정보시스템은 우리나라 도로명 주소 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ITS 구축 사업 또한 서울시 내부순환로 교통관리시스템과 제주시 ITS를 비롯한 안산시·용인시·부천시 ITS 사업의 결과물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기업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 제한은 해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국내 사업 그만하고 해외로 나가라는 주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뛰라고 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IBM, HP, 오라클 등 대형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도 낮은 실정인데, 공공기관에 대한 사업 수행 실적도 없을 경우 해외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냐"

IT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전략은 솔루션 기반의 수출이다.자체적으로 연구했거나 계열 기업과 협력하여 개발해 온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맞게 새롭게 변형,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발굴하는 것이다.

삼성SDS의 경우 미국 남부지역 병원 네트워크인 '크리스터스 헬스(CHRISTUS Health)'에 10년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켰고 LG CNS는 스마트 그린 시티 구축을 위한 '스마트 그린 솔루션', '스마트 팩토리' 등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SK C&C의 경우 M-커버스 솔루션인 '코어파이어'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모바일 플랫폼 구축 솔루션인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MEAP)'을 통해 해외 금융권을 겨냥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IT서비스 기업들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계열 기업간 거래와 협력 역시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재벌'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시선 속에 일부 '경제민주화법'은 계열 기업간 거래를 근절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근 발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재벌 일감 몰아주기의 본질이 '편법 증여'라고 보고, 이에 대한 정당한 과세와 부당한 편법 행위에 대한 규제, 공시 의무 강화, 공정거래법 및 특가법을 통한 과징금과 형벌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법안들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IT서비스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된다. 대다수의 IT서비스 기업들이 재벌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고 매출 중 50% 이상을, 많게는 99%를 내부 계열사들로부터 벌어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매출 구조 때문에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오너들의 상속 수단이나 재산 불리기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IT서비스 기업들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꼭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항변한다. IT서비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해외 수출 성과를 내는 근본에는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들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IT서비스 업계는 기존의 단순 시스템통합(SI)성 해외 사업 뿐 아니라 아니라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로부터 오는 IT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 C&C의 경우 SK텔레콤과의 협업으로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으로 북미 시장에 처음 뛰어든 SK C&C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인 퍼스트데이터 코퍼레이션(FDC)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릿'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커피·도넛 전문점인 던킨도너츠에 M-커머스 솔루션인 '코어파이어'를 적용하기도 했다.

LG CNS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과 '스마트 그린 솔루션' 등은 기존 LG그룹사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IT업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다.

실제로 스마트 그린 플랫폼은 LG 트윈빌딩 에너지 관리, LG유플러스 통신국 공간 관리 등에 시범 적용돼 기술 검증을 마쳤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정부 시스템이나 선진적인 스마트 솔루션 등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 계열사가 새로운 시스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를 통한 기술력과 서비스 능력 확보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도급 고착화 시키는 공공발주 관행 바뀌어야"

IT서비스 기업들은 현재 추진 단계에 있는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전략' 역시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사업 기회만 축소시킬 뿐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살리겠다는 정책 기대 효과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해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공동으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전략'을 마련했다. 'SI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에 의존하고 저가로 공공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왜곡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제한한다'는 것이 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가 고사 상태에 있는 것은 패키지 소프트웨어보다 용역 개발을 선호하는 정부의 잘못된 구매 관행 때문"이라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겠다고 대기업을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내쫒는 것은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정부와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만이 남게 됐다"면서 "기술 중심이 아닌 가격 중심의 공공정보화 사업의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가 IT서비스 기업의 공공정보화 사업 제한보다 협력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의 경우 대부분 시스템 구축 등의 용역 개발인데, 이마저도 제안요청서(RFP) 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요구사항이 추가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하도급 구조에서는 IT서비스 기업, 하청업체, 재하청업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하도급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야 하지만 사업 구조상 어쩔수 없는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건전한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발주처와 IT서비스 대기업, 협력사들이 공정 거래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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