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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격한 항의' 재판 흐름 바꿀까?


변호사 "언론에 해명한 것일뿐"… 판사 제재 수위 '관심'

[김익현기자] 세기의 특허전쟁 심판을 맡고 있는 루시 고 판사는 어떤 결정을 할까?

삼성이 1일(이하 현지 시간) 자료 배포에 대한 공식 해명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이제 칼 자루는 루시 고 판사에게 넘어갔다. 루시 고 판사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과 애플의 행보가 적지 않게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루시 고 판사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물론 지금으로선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다만 삼성과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삼성 측 존 퀸 변호사가 루시 고 판사에게 5쪽 분량의 문서를 통해 향후 행보를 한번 짚어보자.

◆"재판 과정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 준수"

이번 사건은 지난 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일에 이어 계속된 두 번째 공판에서도 루시 고 판사가 2006년 제품 개발 관련 자료 및 니시보리 신 증언 자료 공개를 재차 금지하자 삼성은 곧바로 이 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루시 고 판사는 격분하면서 삼성 측에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존 퀸 변호사가 제출한 문건은 판사의 명령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존 퀸 변호사는 이 문서에서 삼성이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 자료를 공식 보도자료(general press release) 형태로 언론에 배포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언론의 취재에 응대한 '간단한 입장 표명(brief statement)'일 뿐이란 것이다. 삼성이 주장하는 증거가 뭔지 언론들이 계속 문의를 해 왔기 때문에 설명 차원에서 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이 존 퀸 변호사의 설명이다.

당연히 그는 이번 조치는 자신이 승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존 퀸 변호사는 이런 관점에서 "애플의 주장과 달리 삼성은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아니며, 법원 명령이나 기타 다른 법적, 도적적 기준을 위배한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에 자료를 배포한 것은 새너제이 법원이 이전에 천명한 원칙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미국의 지역 법원은 공적 기관이며, 따라서 재판 진행 과정은 대중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포한 자료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들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새로울 것 없는 자료란 것이다. 존 퀸 변호사는 루시 고 판사에게 보낸 문건에서 "(이번 재판의) 배심원들을 선정하기 전에 (이번에 배포한 자료에 있는) 거의 모든 정보와 이미지들은 뉴욕타임스, LA타임스, 허핑턴포스트, 씨넷 등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존 퀸 변호사는 "어차피 배심원들은 이번 재판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지 말도록 계속 교육 받았기 때문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언론들이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애플의 주장을 계속 보도하면서 삼성의 대외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삼성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존 퀸 변호사의 설명이다.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아니라 언론 취재에 응한 것이며 ▲재판 진행 상황은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했을 뿐 아니라 ▲배포한 자료들 역시 사실상 언론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들이라는 게 존 퀸 변호사의 논리이다. 아울러 재판이 진행되면서 "삼성이 애플 제품을 불법 복제했다"는 대중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일부 외신 "심판 다루는 방법 잘 보여줬다" 평가도

문제는 존 퀸 변호사의 이런 설명을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조만간 제재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따라서 섣불리 전망하기는 조심스럽다.

일단 쟁점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 아니라 언론들의 집요한 취재에 응해서 간단한 입장 표명을 했을 뿐이다"는 존 퀸 변호사의 설명을 판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씨넷 찰스 쿠퍼 기자의 분석이 비교적 정확해 보인다.

쿠퍼 기자는 "삼성이 올림픽에서 심판에게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보여줬다"(Samsung in Olympic form showing how to work the refs)는 칼럼을 통해 존 퀸 변호사의 이번 조치가 당돌하긴 했지만 나름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설사 이번에 소기의 성과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다음 번에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냥 읽어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쿠퍼 기자의 기사를 이해하려면 스포츠 경기를 연상해보면 된다. 굳이 올림픽까지 갈 것도 없다.

간혹 야구 경기에서 감독들이 과도하게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거의 퇴장 직전까지 몰릴 정도로 격하게 심판에게 대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그 판정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감독들은 대부분 심판이 내린 판결이 뒤집어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대신 그렇게 격한 항의를 함으로써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다음 번 판정을 좀 더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존 퀸 변호사의 이번 조치에서 다분히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쿠퍼 기자는 또 "어쩌면 존 퀸 변호사는 이미 항소심에 대비해 서류작업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다소 과격해 보이는 이번 행동에는 여러 가지 전략적인 고려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물론 쿠퍼 기자는 이번 조치가 미칠 악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삼성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되는 재판에서 루시 고 판사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위험해 보이는' 삼성의 항의는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자료 배포' 건이 초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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