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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1천억대 '패킷분석시스템' 구축 시동


효율적 '트래픽관리' 위해…사생활 침해 논쟁 등은 불씨

[강은성기자, 김관용기자] KT가 가입자 '데이터 패킷'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데이터 패킷을 분석할 수 있으면 이용자가 이동통신망으로 어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되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올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데이터패킷을 분석할 수 있는 '딥패킷인스펙션(DPI)'을 올해 본격 구축키로 하고 1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차 시범사업을 위해 최근 세계 DPI 솔루션 1위업체 샌드바인과 3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용 DPI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시범사업 이후 오는 하반기에 정식으로 800억원 규모의 DPI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및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KT는 본격적으로 데이터 패킷 관리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으로 보인다.

◆데이터 패킷 분석, 관리 효율성 증가

DPI는 정보전달의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트래픽을 관리·통제하는 솔루션이다. 말하자면 데이터의 목적지와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를 분석해준다. 해외에서는 통신사 망에 심각한 부하를 일으키거나 악성 공격 등 유해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DPI는 KT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 모두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DPI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1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와 SK텔레콤은 바이버와 마이피플 등 스마트폰 인터넷무료통화(mVoIP) 애플리케이션(앱)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44요금제 이하에서는 이용제한을, 54요금제 이상에서는 데이터무제한 이용자라 하더라도 일부 데이터량만 무료통화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약관을 통해 제한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액 요금을 지불했는데,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통신사가 제한하는 것은 권리 침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전체 이용자에게 막대한 망부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3G 통신망에서의 이용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이용자들이 바이버나 마이피플을 통해 무료통화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패턴인지기술'을 활용, 임시적으로 무료통화 앱을 차단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데이터 통신이 발생할 때는 이용 형태에 따른 패턴이 있다. 이 패턴을 인지해 무료통화 앱 이용 패턴을 가려내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앞으로 데이터 폭발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DPI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망 증설 및 신규투자에 소요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올해 1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한 '망중립성 및 합리적트래픽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신사가 '다수 이용자의 통신품질 유지'를 위해 합리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통신사들은 본격적으로 통신망의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갖춘 셈이다.

◆사생활 침해 등 논란 뒤따를듯

그러나 DPI 구축에 따라 통신사가 데이터 패킷 내용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목적지와 내용물 구분을 넘어 사생활을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걱정이 뒤따를 수 있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패킷 내용을 일일이 들여다 볼 수도, 필요도 없다"며 "우편물이 어디로, 어떤 내용물을 담은 것인지 우체국에서 확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패킷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 통신 망 차단에 대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KT는 지난 2월 삼성전자와 스마트TV 관련 협상이 원할하지 않자 삼성전자 스마트TV 앱스토어 접속을 제한한 바 있다. 패킷 내용을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패킷 내용을 분석할 수 있다면 통제 기반이 더욱 확대되는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측은 특히 "DPI 구축으로 통신사가 트래픽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망 차단과 같은 일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DPI 사용에 대해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반인권적 요소가 있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DPI 기술이 단순히 서비스의 사용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통신내용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는 패킷감청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아무런 제한 없이 이러한 기술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헌법에서 보장한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모든 데이터가 IP화(All IP)하는 '패킷 전성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의 패킷분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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