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30년-하]인터넷의 미래, '윤리·문화'에 달렸다

인터넷공간은 '양날의 칼'…역기능 해결이 우선과제


[김영리기자] 국내 인터넷 이용률 78%. 인터넷경제 규모 G20 국가 중 2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 세계 1위.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는 각종 IT 지표에서 세계 1~2위를 다툴만큼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세상도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용자 참여형 공간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수동적인 정보수용자였던 이용자들은 인터넷의 기본 정신인 참여, 공유, 개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전파하는 주체로 변모했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은 '양날의 칼'처럼 어두운 측면도 드러내고 있다. 악성 댓글, 사이버 괴롭힘,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허위사실 유포, 사생활 침해 등이 그것이다.

기술 중심의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인터넷 윤리, 가치, 규범 등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은 부족한 실태다.

때문에 사이버 폭력 등 인터넷 역기능은 또다른 미래 인터넷으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사이버 폭력, 저연령층일수록 심화

사이버 폭력 중에서 가장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은 악성댓글이다.

최근 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인터넷윤리문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5명 중 1명은 단순 재미나 호기심으로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인터넷 이용자 절반이 넘는 57.7%가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달 한 네티즌이 포털 게시판에 올린 '연신내 묻지마 살인괴담'은 순시간에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퍼졌으며 한 임산부가 '채선당 종업원에게 폭행당했다'는 채선당 종업원 폭행사건도 걷잡을 수 없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특히 10대, 20대 등 나이가 어릴수록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세대별 악성댓글 작성 경험은 10대 48%, 20대 29%, 30대 17.4%, 40대 14.8%, 50대 11.7%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악성댓글 작성 경험자의 73%는 욕설, 비속어가 담긴 글을 남겼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악플 작성에 대한 죄책감이 적으며 심지어 이들 중 42.6%는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악성댓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은 비단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OO녀, OO남 등의 이슈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오르내린다. 이들의 신상정보는 순식간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퍼지면서 악성댓글을 통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을 당한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중고생의 피해경험은 65.5%에 이르고 있다.

KISA 유진호 인터넷문화진흥단장은 "사회 심리학의 일탈 이론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좌절, 긴장으로 인한 화,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공격 또는 일탈행위를 한다"며 "현실에서는 화가 나도 폭력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인터넷이 가진 비대면성, 익명성, 가상성 등의 특성은 일탈을 더 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 미래 인터넷 대비, 윤리의식 함양해야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율 규제 및 새로운 윤리관의 정립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미래 인터넷을 준비하기 위해선 기술의 진보 뿐 아니라 인문학적 사고와 문화의 변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용태 인터넷윤리학회 부회장은 "인터넷은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문화적, 의식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는 관성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촉매제가 필요하다"며 "오피니언 리더 뿐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이제는 기술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앞서 문화와 윤리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문사회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인터넷 윤리의 척도를 세우고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문화 재정립을 위해 법의 규제보다는 자율노력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은 다른 매체보다 자율규제에 보다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인터넷 윤리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편입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윤리적인 인터넷 이슈를 법이 규제하지 못한 상태에선 기업 학계 시민단체 정부가 적극 나서 교육, 홍보, 전파 등 인터넷 윤리의 제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청소년보호 측면에서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황 교수는 "인터넷 윤리 문제를 청소년 보호의 문제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의 유해환경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가정, 학교 사회 및 정부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중고등학생의 인성 교육 측면에서 인터넷 윤리 의식 함양이 중요하다"며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윤리 교과 과정에 인터넷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호 KISA 단장은 "초중고 학생의 경우 가정 및 학교에서의 인터넷 윤리 교육을 강화해 사회적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고 사이버 일탈 가능성에 대한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며 "발전하는 IT기술에 대한 비판적이고 건강한 수용을 위해 체계적인 인문학적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 문화 조성 주체는 '이용자'…정부도 '고심'

이용자 스스로도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KIS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이 넘는 53.7%가 전반적인 인터넷 문화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75%)의 인터넷이용자들은 '이용자'가 주체가 되어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최근 무분별한 일반인 신상털기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잊힐 권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자정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용자가 주체가 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인터넷문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건강한 인터넷 이용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KISA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참여하는 '한국인터넷드림단'을 운영 중이다. 초중학생들 스스로 사이버 지킴이, 선플 캠페인, 기자단 활동 등을 펼치며 올바른 이용 환경을 조성토록한다.

또 개그맨 사회자와 함께 학교를 방문하는 인터넷윤리 순회 강연을 펼치는 한편 여수엑스포와 부산, 광주 등에 체험관도 신설했다. 인터넷윤리 캐릭터 '토닥이'와 '웰리'의 활동도 활발하다.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방과후 학교 형식의 인터넷윤리교실을 운영하고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KISA는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아인세)'의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 인터넷기업, 민간단체 등 총 75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아인세 범국민 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협의회는 회원사와 함께 주간 단위로 '100일간 선플달기', '인터넷 희망데이', '사랑의PC 보내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영희 카이스트 교수는 "앞으로 미래 인터넷은 기술의 진보로 인해 누구나 아이디어와 지성을 공유하는 더욱 열린 세상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사회 변화를 대비해 인터넷 윤리와 문화의식도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인터넷 연결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30년간 인터넷의 발전 과정을 조망하고 앞으로 미래 인터넷을 준비하기 위한 업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진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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