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디지털 인쇄, 프린터 업계의 블루오션"

[박웅서, 백나영기자] "사실 디지털 인쇄가 전체 프린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습니다."

한국HP(대표 함기호)는 9일 여의도 사옥 20층 세미나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프레스 신제품 4종을 발표했다. HP는 이 제품들을 오는 5월 독일에서 열리는 '드루파(Drupa) 2012'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한국HP 그래픽솔루션사업부 총괄 김병수 상무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인쇄 시장 규모는 최근 (전체 프린팅 시장 대비) 20% 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제 실정"이라며 "겨우 10% 밖에 점유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점유할 나머지 90% 시장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인쇄장비는 프린터 업계의 블루오션이다. 일반 소비자용 B2C 프린터와 기업용 B2B 프린터·복합기는 매출 규모는 크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특히 컨슈머 제품의 경우 가격 하락으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출력과 관련된 기업 업무를 일괄적으로 관리해주는 통합출력관리서비스 'MPS' 역시 이를 통해 웬만한 매출을 남기는 기업이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때문에 인디고와 같은 디지털 인쇄기가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인쇄는 아날로그 인쇄 공정에서 탈피해 문서의 생성에서부터 후처리까지의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 해 한번에 처리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HP는 지난 2001년 9월 이스라엘의 디지털 인쇄기 제조업체 인디고를 인수했다. 이후 인디고는 HP의 대표적인 디지털 상업 인쇄장비가 됐다.

◆"아시아 시장 성장세 두드러져"…한국, 인디고 4년만에 4배 성장

디지털 인쇄기가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출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주문 인쇄(POD)를 기반으로 하는 다품종 소량 인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품질 인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인쇄는 가변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어 언제든 원하는 내용으로 데이터 변경할 수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과거 아날로그 시절과 달리 고객들의 데이터를 즉각 반영해 인쇄물을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

김병수 상무는 "아시아 디지털 프린팅 시장은 아날로그 시장 대비 5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인쇄 솔루션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프린팅은 유독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늘려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HP 인디고 장비를 통해 약 4억 페이지를 출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인 지난 2008년보다 4배 가량 증가한 것. 반면 세계적으로 보면 2008년에서 2012년동안 약 2배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인쇄·출판물, 옥외광고물, 사인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링 출력, 사진 출력 등을 포함한 디지털 인쇄 시장을 약 8천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또 영국 시장조사업체 '피라'(PIRA)는 앞서 오는 2014년까지 한국의 디지털 프린팅 시장이 77.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반면 아날로그 프린팅 시장은 19.6%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현재 한국에는 약 150여대의 인디고 장비가 설치돼 있다. 아시아 지역 중 13%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김 상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설치된 장비는 1천100여대로 세계 시장(6천500여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진 않지만 성장률만큼은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겨우 150여대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HP는 대당 5억원이 넘는 하이엔드 모델 위주로 점유하고 있어 업계 지배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디지털 인쇄기 제품군 중 하이엔드 시장은 HP가 거의 100% 점유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업체들도 이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했지만 기술 등의 한계로 대부분 미들엔드 및 로우엔드 제품군만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HP는 이날 디지털 프린팅 시장 확대를 위한 2012년 드루파 6가지 전략적 원칙을 제시했다. ▲고부가가치 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 ▲수익 창출 ▲패키징 ▲획기적인 차세대 장비 ▲업그레이드 가능한 혁신 ▲개방된 오픈 시스템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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