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T 필수설비 재검증 '원점으로?'


윤활제 사용 등이 문제…4월 고시개정 어려울 듯

[강은성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중인 '필수설비' 제도개선이 늦어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초고속인터넷 시장경쟁 활성화를 위해 KT가 보유한 전주나 관로를 다른 사업자들이 빌려쓸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전주나 관로가 '필수적'이지만 지자체 등의 반대로 설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필수설비 제공제도 개선'을 추진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KT의 주장대로 추가적인 기술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 사안은 기술검증 및 공청회까지 모두 마치고 규제심사를 받는 단계이지만, 방통위가 KT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제도개선의 수순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KT는 방통위와 ETRI가 함께 실시한 현장 실사 및 기술 검증 결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왔다. 금증결과가 현실과 다른 이론적인 결론이라는 것이다.

◆현장검증 실시로 고시개정 지연 불가피

KT는 기존 기술검증반이 잠정 설정한 관로 예비율이 현장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산정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다른 회사의 초고속인터넷 케이블을 수용하려면 관로의 예비공간이 150%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빌려쓰려는 사업자들은 예비율이 120%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KT가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삼아 관로를 빌려주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기술검증 결과를 토대로 예비율을 137%로 산정한 바 있다.

하지만 KT 측은 쟁점인 관로 예비율과 관련, 137%의 예비율이 관로 내부에 '윤활제'를 바르는 것을 전제로 산정된 것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KT는 환경 오염 및 인체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윤활제를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윤활제를 사용하지 않는것을 전제로 검증하면 관로 예비율이 더 올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공사를 직접 수행하는 정보통신공사협회가 다시한번 현장검증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KT의 주장에 당초 재검증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방통위도 방향을 바꾸었다. 규제심사 전에 사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며 현장 재검증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제도개선인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ETRI 이상우 박사는 "객관적인 기술검증반을 꾸려 공정한 검토를 했는데도 재검증을 한다는 것은 기존 검증반을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변수를 감안해 현장검증을 재차 시행하게 되면 오히려 오류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며 설명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그동안 네차례의 공청회를 진행했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 뒤 다시 현장 검증을 추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KT 관로 임대를 기대하는 사업자 관계자는 "현장검증 절차를 밟는 것은 고시 개정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고시개정의 의지가 꺾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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