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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 국제자문단, '천재보다는 인재'


"日 방제 지휘 문제 있어…피해 복구 최소 10년"

[박계현기자]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쓰나미 침수 후 수일내에 중대사고가 발생하고 노심용융까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한 것은 5월 10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발표 지연을 비판했다.

장 교수는 "방사능이 높으니까 전문가들은 노심이 녹았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정부가 계속 물이 있는 것처럼 주장해 이에 따라 사고가 관리됐고, 방제대책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순흥 교수는 30여년 경력의 원자력 설계 전문가로 지난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조사위원회 국제 자문단으로서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일본 정부 조사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조사위원회 국제자문단은 장순흥 교수를 포함 리처드 메저브 카네기연구소장, 앙드레 클라우드 라코스테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당국 의장, 리스 에릭 홈 스웨덴 보건복지청 사무총장, 차 궈한 중국 환경부 수석 엔지니어 등 5인으로 세계적인 원자력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기관과 운영기관이 합동으로 비상대책센터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간 총리가 비상 대책센터장을 맡아 명령 라인이 복잡해지고 안전문화가 깨졌다"며 "규제기관은 인·허가를 통해 검열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이나 일차적인 대책 수행은 발전소가 맡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장순흥 교수는 "자동차도 면허가 있듯이 발전소도 운전하려면 엄격한 면허가 있는데, 간 총리가 직접 물을 넣어라 마라 지시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전문가인 총리가 사고 대책을 진두지휘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해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설계 전문가인 장순흥 교수는 이번 자문단 점검에서 원전 사고의 기술적 원인 및 경과에 분석의 초점을 맞췄다.

장순흥 교수는 "이번 사고에서 후쿠시마 원전 2호기가 가장 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사고 조사위의 2호기 사고원인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다"며 "2호기에서 압력이 확 떨어지면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대부분 2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사고 발생 후 수일이 경과한 2011년 3월 15일과 16일 사이에 원전 2호기의 격납용기 내 압력이 약 7.3기압에서 1.5기압으로 갑자기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방사선량은 약 10 µSv/hr(마이크로시버트)에서 1천,1만 µSv/hr까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장순흥 교수는 "1호기, 3호기의 세슘 유출량보다 2호기의 유출량이 100배, 1천배 이상 많을 것"이라며 "1호기, 3호기는 물이 있는 '웨트웰(wet well)'을 거쳐서 세슘이 물에서 거의 제거가 된 반면, 2호기는 물이 없는 '드라이웰(dry well)'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 대부분이 2호기에서 나왔다"고 추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이 대체로 1 µSv/hr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2호기 근처는 방사선량이 300~400 µSv/hr에 이른다. 장 교수는 원전 내부는 1만 µSv/hr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 바닷물이라도 넣었으면 노심용융 같은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사고 조사위원회는 원전의 격납용기에 물을 채워 수장냉각에 성공하는 데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순흥 교수는 "격납용기까지 손상됐기 때문에 용기의 손상 부분을 찾아서 수리한 뒤, 원래 핵연료가 있던 위치까지 물을 채워야지만 핵연료 잔재물을 치울 수 있다"며 "사고 이후 수일 내로 물을 채웠으면 격납용기 손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격납용기에 물을 채워넣는 것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장순흥 교수는 "2호기만 잘 관리했으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 아일랜드 사고(1979년)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리마일 아일랜드의 경우 중대 사고가 났는데도 불구, 원자력발전소 주변으로는 방사능 유출이 거의 없었다.

◆비상 대피 규정 완화해야…국내선 방사능 유출 없도록 시설 개선 중

국제자문단은 일본 정부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외부인 대피 기준 20~100 µSv/yr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준점이 20µSv/yr를 적용한 것도 피해규모를 되려 키웠다고 짚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선량이 체르노빌의 20~40%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11만명의 지역주민이 대피해서 재산상 피해와 심리적인 상처를 남겼다는 것. 일부 근접지역을 제외하고는 사고시 옥내 대피가 합리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100 µSv/yr 또한 방사선 피폭에 따른 인체 영향을 규명하기 힘든 보수적인 권고"라며 "100 µSv/yr를 택했으면 수천명 수준의 대피로만도 충분했을텐데 너무 많은 사람이 대피에 나섰다"고 전했다.

국내의 비상소개 기준은 50 µSv/yr다.

이번 일본 정부 조사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국제 원자력 전문가들은 "일본이 고장 등 내부 사고에는 매뉴얼을 잘 갖췄던 데 반해 외부 사고에 대한 대책은 미비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 발생 시 바닷물을 넣으라는 매뉴얼이 없었던 것과 매뉴얼이 없으면 판단이 늦는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장순흥 교수는 "국내에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해 5월 6일 50여 가지 정도의 추가적인 설계 개선 방안을 권고해 준비중"이라며 "하드웨어 강화 외에도 매뉴얼과 사람이 함께 강화돼야 하며 전체적인 지식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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