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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명 KT 사장의 '뚝심'


[MWC 2012]"서비스 사업자 환골탈태 위해선 경쟁사와 협력"

매번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당당한 목소리로 KT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그였지만, 이 날은 달랐다. '오직 KT'만을 외치던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모습 대신 '살기 위해선 협력해야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달라보이는 점이다.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 행사장에서 KT 개인고객부문장 표현명 사장을 만났다. 그는 이 날 유난히 '협력'을 강조했다.

"전국 최초-최대, 세계 최초, 이런 타이틀 참 멋있지요. 통신사업자로서 탐낼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소비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입자는 얼마나 되는가, 월별 번호이동 실적은 어떠한가, 망은 누가 더 많이 깔았고 누구 품질이 제일 나은가 이런 부분들이 매주, 매일마다 통신사업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그런데 표현명 사장은 이제 이런 인프라 중심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은 제한적인 상황이 됐다고 설명한다.

"내 삶에 어떤 편리함과 이익을 줄 수 있는가, 이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사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제 KT도 서비스 사업자로 환골탈태 해야 합니다. KT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국내사업자, 글로벌 사업자들이 큰 뜻을 가지고 협력해야 합니다."

스마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통신기술은 단순 전화통화를 넘어서서 모든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시대가 왔다. 통신사업자들이 열심히 구축한 초고속 망을 이용해 카카오톡, 스마트TV, 스마트 홈과 자동차 등 일상 서비스가 직접 구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사업이 창출된다.

그런데 이 신규 사업의 홍수 속에 통신사업자들은 외면받고 있다. 신규 서비스의 등장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통신사의 매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투자비용만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통신사업자로서 새로운 시대의 '통신'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표 사장은 강조했다.

"이동통신의 재정의란 올해 MWC 주제는 그래서 나온 겁니다. 모든 서비스가 통신과 융합되고, 통신이 곧 새로운 서비스가 되는 것. 통신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겁니다."

그래서 표 사장은 '코페티션'을 강조했다. 무조건 경쟁사를 적대시 하고 견제할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 서비스의 개념 자체가 재정의 되고 있는만큼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협력(Cooperation)하면서 경쟁(Competition)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는 얘기다.

그 일환으로 그는 'RCS'와 'NFC'를 설명했다.

RCS란 통신회사들의 공동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표준을 일컫는 말이다. NFC는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표준이다.

두 기술 모두 통신회사의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서비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나아가 새로운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들이다.

표 사장은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이 통신사 매출을 갉아먹고 있다. 이 위협은 KT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나아가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함께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RCS가 올 상반기 안에 국내에서도 상용화 될 예정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누가 먼저하느냐,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들은 하나같이 '통신3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통신회사들과 협력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 한 회사가 혼자 치고 나가서 설치하고 가입자를 모집해봤자 반쪽짜리로 전락해버릴 뿐이다. 그는 "더이상 고객은 한 통신회사에 매인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통의 기반을 갖춘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여기서 차별화를 통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KT는 협력의 기반 안에 분명히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KT의 경쟁력을 얘기하기 시작하니 그의 눈빛이 다시 번쩍거린다.

"음성기반 LTE도 제대로 효과가 나려면 KT의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합니다. 누가 먼저하느냐가 아니라 프리미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이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KT의 경쟁력을 끝도없이 강조하는 그의 말은 한참을 더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대립과 갈등이 아닌 협력 안에서의 경쟁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의 요지였다.

"국내에서, 글로벌에서 협력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KT의 새로운 변화과정을 지켜보시는 것도 재밌을 겁니다."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KT'로 변모할 미래가 그려진다.

바르셀로나(스페인)=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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