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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1년, 신고리 원전현장을 가다


고리 원전·경주 방폐장 "안정성 향상 위해 노력"

[박계현기자]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약 1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원자력에 대한 공포심을 안겨줬다. 하지만 원자력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수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 전력 수급에서 원자력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1.3%(2010년 기준)로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의 59%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압경수로 17기와 가압중수로 4기 등 총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40기의 원전이 국내에 들어서게 된다.

지난 17일 아이뉴스24는 2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신고리2호기와 2013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고리3호기 건설 현장, 오는 12월 1단계 사업 마무리를 앞둔 경주 방사선폐기물처리 현장을 둘러봤다.

◆원전 두 기 건설에 4조9천억원…그래도 석탄보다 저렴

울산역에서 내려 50분 차를 달리니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자리잡은 고리원자력본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리원자력본부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운전한 이후 현재 총 5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2010년 기준 국내 원자력 발전량의 19%를 점유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력의 60%가 부산·울산 지역에서 사용된다.

2014년까지 건설 중인 신고리 2~4호기가 준공되면 고리원자력본부는 총 8기를 운영하며 국내 총 발전량의 15%를 담당하게 된다. 이는 부산·울산 및 경남 전체 전력 소비량의 90%다.

"현재 고리원자력본부에는 2천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협력사 직원 1천명, 신고리 3,4호기 건설인력 3천명까지 합하면 총 6천여명이 고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영익 고리본부장의 설명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평균적으로 10년이 걸린다. 콘크리트 건설 기간 약 6년 동안 3천여명의 건설인력이 동원되고, 신고리2호기와 3호기를 건설하는 데만 총 4조9천억원의 비용이 든다.

태양광, 풍력 등 신환경에너지에 비하면 2.5배~14배까지 저렴한 원자력 에너지만 적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다. 그래도 원자력 에너지는 킬로와트(kWh)당 단가 39.7원으로 전체 에너지 발전량의 41.7%를 차지하는 석탄의 60.8원, 4.4%를 차지하는 석유의 187.8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정영익 본부장은 "신고리3호기의 경우 현재 95% 수준까지 기술이 국산화 됐으며, 지난해 12월 건설허가가 난 신울진 1,2호기부터는 국산MIS 기술이 적용돼 거의 100%에 가까운 국내 기술로 건설이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신고리3호기는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모델이기도 하다. 현장 직원들은 지난주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회원들이 이미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고 귀띔했다.

신고리5, 6호기 역시 신형경수로 모델로 현재 부지선정을 끝마친 상태로 각각 2018년, 201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사고 대책 "어떤 경우에도 전기 공급"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현장에서도 지난 1년간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됐다. 지난 12월 미사일 공격·테러·슈퍼 태풍·강진 등 초대형 재난발생 시 대응절차 매뉴얼이 제정됐다.

정영익 고리본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이후 어떠한 경우에도 노심(사용연료)이 냉각돼야 하며, 냉각수 주입을 위해 어떤 경우에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까지 리히터 규모 6.4에 해당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원자로 설비가 자동으로 정지되며, 부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지역에 위치한 고리원전에는 올 연말까지 10미터 높이의 해안방벽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후쿠시마 사태처럼 침수로 인해 전력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원전 부지별로 각 한 대씩의 이동형 비상발전기가 배치된다. 2015년까지 원자로에 비상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외부 주입유로도 전체 원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해일 및 해풍으로 인해 전력공급설비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산 배치돼 있던 고리 1~4호기 원전 스위치야드도 2013년까지 부지 내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75미터로 위치를 옮겨 한 곳에서 관리한다.

정영익 본부장은 "후쿠시마 사고 전후 원전 주변지역 환경방사선은 시간당 0.00001밀리시버트(mSv)로 과거 5년의 평균값과 차이가 없으며 고리 반경 25킬로미터 지역 육상 및 해양시료 분석결과에도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환경방사선 자동 감시망은 현재 71개가 운영 중으로 오는 7월까지 총 120개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빗물·우유·지표수·식수·토양·채소류·솔잎·어류·해조류 등 21종이 시료 분석 대상이다.

이밖에도 30년 수명연한을 10년 추가 연장한 고리1호기의 원자로용기 검사주기가 10년에서 5년으로 앞당겨진다.

◆경주방폐장에 6기 사일로 건설중···오는 12월10만 드럼 처분가능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연간 약 690톤 분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생산한다. 핵연료가 발전용 원자로에서 4년 반 정도 타고 나온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른다.

이렇게 발생한 '사용후핵연료'가 반감기를 거쳐 방사능이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300년이 걸린다. '사용후핵연료'는 96%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처리하여 에너지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국가도 있고 폐기물로 관주해 영구적으로 직접 처분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고준위 방사성물질인 '사용후핵연료'는 각 발전소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플루토늄 등이 포함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논란의 대상이다.

경북 경주 양북면에 위치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원전 근로자들의 방사능 보호장구나 의학적 용도의 방사성폐기물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취급한다.

플루토늄 등 일부 원소들의 반감기가 수천~수만 년으로 오랜 기간 방사능을 방출하는 것과 달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300년이 지나면 자연 방사능 상태로 돌아간다. 현재 각 원전발전소에 비축중인 지난 30년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양만도 1단계 사업으로 마련한 10만 드럼 분량이다.

경주 방폐장에는 총 80만 드럼(200리터 기준)의 방사성 폐기물이 처분될 예정이며 오는 12월에 10만 드럼을 보관할 수 있는 1단계 사업이 끝난다. 1단계 사업에만 1조5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1단계 건설현장의 지난 1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 82.56%를 넘어서면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설명을 맡은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건설관리실 이상훈 실장은 "가장 어려운 1~6번 사일로 돔부 와 사일로 3~6번의 바디 굴착이 모두 완료됐고 현재 사일로 1,2번의 바디 굴착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라면서 "향후 사일로 콘크리트 돔부는 1.2미터~1.8미터 바디부분은 1.2미터 정도 두께로 건설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지하시설은 건설장비와 건설자재의 반출입을 위한 건설동굴과 방사성폐기물을 운반하기 위한 운영동굴, 운영요원 출입을 위한 수직출입구, 방사성폐기물을 최종적으로 처분하는 사일로로 구분된다.

경주 방폐장 건설부터 운영까지 총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사장 송명재)은 현재 해저 130미터 부근에 각각 1만6천개 드럼을 수용할 수 있는 직경 25미터, 높이 50미터 용량의 사일로 6기를 건설 중이다.

현재 공사 진행 상태는 3호에서 6호까지는 굴착이 완료됐으며, 1,2호 사일로의 경우 기반암인 화강암의 암질이 좋지 않아 굴착공정률이 약 50% 정도에 이른 상태다.

공단 건설관리실 김수정 차장은 "43미터 굵기의 철근 위에 세워진 콘크리트 외부 구조물이 절반 정도 부식되기까지 1천4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최근 용역조사결과가 나왔다"며 "암질이 좋지 않은 1,2호 사일로의 경우 최대 2.8미터까지 콘크리트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종은 똑같은 화강암이지만 부분적으로 암질이 좋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에 공사비는 비슷한 중·저준위 방폐장이 있는 스웨덴, 핀란드에 비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사일로의 머리 부분은 해수면 아래 80미터, 바닥 부분은 해저 130미터에 위치하게 된다.

김수정 차장은 "설계상 허용 누수량이 1일 96톤인데 실제 공사 현장의 누수량은 8톤에 불과하다. 한국의 굴착공정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경주 방폐장이 앞으로 세계적인 방페장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체 80만드럼을 처분하게 되는 경주 방폐장은 당초 2010년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2012년 연말과 2014년 6월로 공사기간을 2차례 연장하면서 안전성 논란을 빚었다.

방폐공단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올해 1월에는 공기연장을 발표하면서 아예 1주일간 방폐장을 완전 개방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직접 방폐장의 안전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철호 홍보실장은 "중저준위 방폐장 기술력은 선진국에서 20~30년 이상 안전성이 입증된 시설이다. 현재 경주 방폐장은 철근과 케이블, 콘크리트 등을 사용하여 보강을 시행하며 건설중인데 이 같은 공법은 미국,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방폐공단은 앞으로 1단계 처분시설에 보관할 10만 드럼 이외에 나머지 70만 드럼을 보관할 2단계 처분시설 착공도 서둘러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원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얘기다. 원전은 우리에게 '안전과 환경, 그리고 효율'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그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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