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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 게임은 희생양…근본대책 있어야"


전문가들 "게임-학교폭력간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아"

[박계현기자] 각 계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에만 학교폭력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게임산업계에만 책임을 지워서는 문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이 날 법학·교육학·미디어학·의학 전문가들은 게임문화재단 주최로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청소년과 게임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규제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헌 결정했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선 15년 전에 실시됐던 규제"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치를 보장하는 일은 그 나라의 국격을 상징한다"며 "1997년과 2002년에 발표된 학교폭력 방지대책은 가해자 엄정처벌, 학생 대상 인성교육, 교사들 관리감독 강화라는 기본적인 방향은 같고 당시 규제대상이었던 만화가 게임으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만화대본소 설치가 금지됐고, 만화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만화산업은 성장동력을 잃었다.

황 교수는 "15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 없이 우리가 받아든 것은 한 콘텐츠 산업의 붕괴이며 지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97년의 학교폭력 방지대책에 대한 평가를 한 다음에 2012년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책이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규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류호경 교수는 "게임과 학교폭력 간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학문적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 의사결정과정에서 쉬운 해결책을 찾게 된다"며 게임과 폭력간 인과관계 유추에 거리를 뒀다.

류 교수는 "당장 게임과 폭력의 인과관계를 찾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입장에서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며 "10년 후의 청소년들은 지금의 청소년들보다 게임과 미디어에 노출이 심하게 되고, 새로운 형태의 또 다른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으로 햐후 산업계 쪽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성신여대 교수는 "중세시대 가뭄이 돌거나 흉흉해질 경우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마녀 매커니즘"이라며 "게임은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마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폭력게임=공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공해는 정화시켜야 하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원인은 누구도 모르며, 현재까지 나온 연구는 모델 설계 자체에서 설명력이 낮다.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원인을 끌어내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소장은 쿨링오프제 도입과 관련, "게임은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삶의 일부가 된지 오래됐다"며 "제도적 도입만으로는 게임중독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유형우 소장은 "폭력영화와 인터넷, 게임의 영향력을 조사해봤는데 청소년들이 '영향력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53.7%"라며 "게임이 학교폭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상매체가 간접적으로 폭력성을 유발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게임업체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유 소장은 "제도적인 규제 방법보다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역량을 키우고 게임회사들은 게임의 역기능을 개선시키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의원 "학교폭력, 사회 구조적인 방치 고민해야"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로 청소년 문제를 학교 내 폭력에 한정시키지 말고 아이들이 왜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적인 것을 좋아하게 되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희룡 새누리당 의원은 "폭력적인 게임에 책임을 물어서 게임업체에 곤장을 때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공교육이 붕괴되고 학교폭력이 숭상되는 사회의 자화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돌봄이 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인 방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대부분 학생들에 있어 게임은 대안이 없는 놀이문화의 하나로 학생들이 스쳐지나가는 생활환경에 불과하다"며 "폭력적인 게임이 등급심의로 걸러질 수 있는 환경에서 게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엉뚱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수 군포 당동 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역시 "교과부의 학교폭력 근절책은 아이들의 일상을 너무 모르고 나온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아이들의 폭력성향은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 사회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지수 관장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식의 현 학교폭력 근절책은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린다는 생각이 든다"며 "폭력은 정의롭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원희룡 의원은 이 날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쿨링오프제'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도 문제가 많은 법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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