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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허리 '식료품에 휘고'...'고유가에 꺾이고'


고물가에 먹고 살기 급급…정부 실효성 부족한 물가 대책만 남발

#.자동차 영업사원 6개월차 P 씨.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P씨(39세)는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10여년간 하다 결혼 후 6개월만에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직장을 잡았다. P 씨의 지난 6개월 간 차판매 실적은 5대. 그것도 근무 첫달 지인에게 판게 전부다. 이후 5개월 동안 실적은 없었지만 매달 영업비용으로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들였다. P씨에게는 첫돌이 지난 딸 쌍둥이가 있다. 아직은 어려 기저기와 분유값 밖에는 들어 가지 않지만 최근 고물가와 함께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이마저도 부담스럽다. 5개월 연속 실적이 없자 영업소장도 P씨가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P씨는 현재 택시 운전대를 잡아볼까 생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K씨.

성남에 사는 K씨(48세)는 국내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K씨는 지난 2010년 초 식당을 마련하면서 인근에 두개의 대학이 있는 점을 감안해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첫해는 그런대로 장사가 됐으나, 올 들어서는 매출이 형편 없다. 올 들어 식재료비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K씨는 주로 지갑이 앏은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음식값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했다. 또 학교를 낀 상권이 여름·겨울방학이 비수기인지라 지난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점심·저녁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원을 정리했다. 현재 부인과 함께 식당을 꾸려 가고 있으나, 가게임대료 내고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뒷바라지 하기에도 빠듯하다.

올 들어 물가가 전년대비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효성 없는 물가안정책만 남발하고 있고 정치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로 민생현안을 뒷전으로 팽개치면서 앞으로 서민들은 민생고에 더욱 시달려야 할 판국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 2월 한파와 구제역에 이어 지난 여름 집중 호우, 가을 이상 고온으로 채소와 생선 등 먹을거리 가격이 급등한데 이어 원유(原乳)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식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고등어(18kg 한 박스)의 평균 경매 가격은 11월 둘째주 현재 3만3천원이다. 지난 10월 셋째주 2만7천원이던 가격이 주(週)마다 조금씩 올라 한 달 사이에 22%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꽃게 역시 가격이 급등했다. 꽃게(암컷, 1kg) 도매가격은 2만3천원으로 전주 1만5천원에 비해 53% 뛰었고, 전년 동기(1만4천500원)와 비교해도 59% 상승했다. 서민 식탁에 자주 오르는 오징어(생물), 갈치, 꽁치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농산물의 경우 서울 가락시장에서 최근 1주일 평균 일반 고구마 경매가격은 10㎏짜리 1상자당 1만9천593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7%,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도 작년보다 각각 47.3%, 42.6% 뛰었다.

지난 여름 호우로 작황이 좋지 않은 고추 가격은 건고추(태양초, 1kg)의 경우 소매가격이 2만55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433원)보다 65% 급등했다.

식료품 가격 인상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식음료가 최근 평균 10% 안팎으로 상승했고, 우유값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매일·서울우유 등은 우유 소매 가격을 평균 7∼8% 가량 올렸다.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커피, 빵, 분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지만 우유값, 국제 곡물가, 환율 등 변수가 많아 가격을 올려야 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면서 "영업부문의 어려움이 많아 가격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 들어 식료품 가격 상승이 고유가와 겹치면서 지난 10월까지 전년대비 물가 상승률은 4.43% 상승했다.

이로 인해 서민의 식비 지출은 의식주 지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1 3/4분기 국내 가구의 엥겔계수'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 7년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자료에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로 지난 2004년 3분기(2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엥겔계수는 12.2%로 지난해 12.4%에서 낮아졌다.

이 기간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도 15.0%로 지난 2008년 3분기(15.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엥겔계수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음료(주류 제외)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같은 기간 가계의 소비지출은 244만3천6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지만 식료품과 음료 지출은 7.0% 늘어난 36만7천400원을 차지했다.

◆서민, 먹고 살기도 빠듯...미래에 대한 투자 전혀 못해

먹고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에도 여유가 전혀 없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1년 3/4분기 가계 동향'에서 지난 3분기 국내 가계의 전년 동기대비 소득이 6.5%, 지출이 6.2%, 흑자가 7.7% 각각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3분기 국내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389만8천원, 평균 지출액 319만원임을 감안하면 74만6천원이 남지만 이는 전체 가계의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씨는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저축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면서"첫째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 올 겨울 방학때 친구들처럼 사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형편상 학원에 보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저축 보다는 주식 등에 소규모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 투자자들도 K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글로벌 경기상황 악화로 주식, 펀드 등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7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시장 중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5.34%로, 같은 기간 외국인의 평균 수익률(2.22%),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16.45%)과 대조를 보였다.

올해 개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OCI는 35.45%의 손실을 냈다. 개미들이 두번째로 많이 산 현대중공업도 36.00% 떨어져 손실을 안겼다. 개미들이 5천억원 이상을 매수한 한진해운 주가는 연초대비 75.06% 하락, 지난 1월 4만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청주에 사는 진상혁(40, 회사원) 씨는 "올초 코스피에 상장된 유망 제약 업체의 주식을 샀지만, 최근 유럽 악재에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펀드 수익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운용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펀드의 올해초부터 지난 17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10.91%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19%였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17.55%로 더 큰 손실을 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공요금도 올라 서민가계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8월에 이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전력 측은 최근 전기요금 10%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상정했다. 지경부는 일단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면서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마찬가지로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지경부는 지난 5월에 이어 매달 인상 요인을 감안해 조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상하수도 요금을 올리거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고유가를 담보로 지방자치단체 운송업체들도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인상했거나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당초 인상을 추진했던 서울시는 가계 부담을 고려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반면, 정부는 실효성 없는 민생안정 대책만 내놓고 있다.

우선 지경부가 내놓은 알뜰주유소다. 정유사로부터 싼 기름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난 15일 1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가 나올지 미지수다.

마찬가지로 지경부의 무폴주유소 강화와 가격 공개제도 확대 등의 대책도 혜택에 한계가 있다고 관련 업계는 지적했다.

조영신 지경부 석유산업과장은 "앞으로 지경부는 장단기적인 유가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취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유가도 덩달아 상승, 기획재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한다고 했으나 전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아울러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관련, 김종옥 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이에 대해 일축했다.

다만,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에서 김장 물가와 관련, 고추·소금 등 양념류 가격 인하 대책과 함께 겨울 채소 가격인상이 우려되는 만큼 "김장을 일찍 담가야 한다"는 미봉책만 내놓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이기웅 간사는 "최근 정부는 물가 안정에 관심이 을 보이지 않고 있는 등 오히려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정부는 물가통계지수 산정 방식을 사회적 합의 없이 자체적인 방식으로 바꾸려고 추진하는 등 정부에 유리하게 통계를 작성하려는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재 단기적인 물가안정 정책보다는 우리나라 물가가 농수산식품과 석유가격 등에 매우 민감, 변동성이 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정수남기자 ee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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