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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21세기,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시대


김용호 <제3의 눈-시선의 변화와 문명의 대전환>

[정종오기자] '자발적 가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발적 가난'은 부러움과 현실 불가능의 경계점에 있다. 21세기 들어 이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직접 실천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지리산으로, 혹은 산골로 숨어들며(?) 현대 문명과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간다.

현대인들은 '자발적 가난'이란 단어 앞에 멈칫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는 '부러움'과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오기 때문이다. '부러움'과 '자괴감'의 갈등 속에서 어느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이 많다.

◆21세기 새로운 눈의 탄생

현대 과학문명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성장과 분배'라는 잣대를 들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어쩌면 현대 과학문명이 벌여놓은 결과물일지 모른다.

최근 출간된 <제3의 눈-시선의 변화와 문명의 대전환>이란 책은 21세기 '새로운 눈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현재의 과학혁명을 '시선의 변화' 나아가 '새로운 눈의 탄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선의 변화'는 관점의 변화가 아닌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종합적,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크로스오버적 시각'을 주문한다.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정재승 과학자 인터뷰가 있다. 정 교수는 과학이 가지는 기본적 속성을 말하면서 이제 시각을 바꿀 때라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기여해야 한다. 질주하는 과학을 멈출 수 없으니까, 질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평면시에서 입체시로, 문명을 만든 시선

5만5천 년 전 원숭이 조상 카르폴레스테스의 눈은 얼굴 옆면에 위치해 있었다. 이 눈은 몸의 뒤쪽까지 볼 정도로 넓은 지역을 감시해 포식자들을 피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거리 감각이 없는 2차원적 '평면시(平面視)'였다.

이후 500만 년이 흐르자 원숭이 조상의 눈 위치에 변화가 생긴다. 두 눈이 얼굴 앞면으로 모아진 이 원숭이 조상의 이름은 쇼쇼니우스로, 눈이 감지하는 전체 시계(視界)는 좁아진 반면 거리와 입체 감각이 두드러지게 진화한 '입체시’(立體視)'를 갖게 된다.

이로부터 세상은 존재감을 갖는 '있음'으로 이뤄지게 됐다. 3천300만 년 전 지구에 한랭화가 불어 닥쳤을 때 등장한 카토피테쿠스라는 원숭이는 줄어든 먹이를 더 잘 찾기 위해 빛을 느끼는 시세포 수를 늘린다. 이에 따라 '중심와(中心窩, 망막중의 뒤쪽의 빛이 들어와서 초점을 맺는 부위))'와 안구 방이 만들어지면서 영장류의 시선은 비로소 안정된 영상을 얻게 됐다.

안정된 영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은 '있음↔없음' '확실성↔불확실성' '나↔너' '물체↔정신' 등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제3의 시선>은 분석하고 있다.

안정된 시선과 이분법적 세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는 과학문명에 대한 집착을 강화했다. 과학문명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고 무분별한 약탈과 제국주의 침탈, 물질만능주의 조차 정당화됐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질주하던 과학으로 인한 부작용 앞에 놓여 있다. 지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라는 신호로 끊임없이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고, 이런 부작용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 3의 눈…>은 시선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눈에 맺히는 있음과 눈에 맺히지 않는 없음의 존재를 통틀어 사고하는 자세. 물리학과 동양사상, 과학과 종교를 아우르면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은이 김용호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신화, 이야기를 시작하다> <세계화 시대의 공력 쌓기> <네 안의 가능성을 찾아라> <나를 찾기 위해 인도에 왔다> 등의 책을 출간했다.

책 속 저자의 말이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기 안에 있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결합해 낼 때 한국 문화가 새로운 문명의 창조에 기여할 바는 적지 않을 것이다."

장르: 인문/사회

저자: 김용호

출판사: 돌베개

가격: 1만6천원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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