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에 배고픈 IT 거인들 "도대체 왜?"

HW와 SW 아우르는 종합 IT기업으로 변신


[김관용기자] '될 성 싶은 기업은 모두 인수한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수합병에서도 공격적이었다.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등 각 분야에서 화려한 명성과 사업적 기반을 구축했지만 글로벌 IT 기업들은 한치의 양보도 망설임도 없는 인수합병의 귀재들이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SAP, 오라클, 휴렛팩커드(HP),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많은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또 키웠다. '될 성 싶은 기업이나 아이템이라면' 굳이 주저할 이유도 망설일 이유도 없는듯 이들은 앞으로도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또 진행시킬 준비가 돼 있다.

'거인'이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많은 기업들'을 흡수하고 있으며 인수합병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100년 장수기업 IBM, SW 강화로 비즈니스 혁신 지속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은 IBM은 지난 12년간 100여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합병했다.17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글로벌 IT기업 IBM은 인수합병에서도 대표라 칭할만 했고 세력 역시 더욱 강력해졌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업이던 IBM이 인수합병을 통해 얻은 것은 확장과 변신이었다. IBM은 하드웨어 뿐 아니라 비즈니스 컨설팅과 소프트웨어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며 혁신을 일궈나가고 있다.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가능성 있는' 기업들을 흡수하고 이식시킨 덕에 IBM은 전체 사업 중절반 이상을 서비스와 컨설팅으로 채우고 있으며 기업 이미지 역시 하드웨어보다는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

IBM은 최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조직도 재편했다. 기업 조직을 소프트웨어 솔루션 그룹(Software Solutions Group)과 미들웨어 그룹(Software Middleware Group)으로 나누고 핵심 미들웨어 기능과 산업 및 분석 부문에서의 성장 계획을 보다 전문적이고 긴밀하게 연계시켰다. 관련 포트폴리오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미들웨어그룹은 정보관리(Information Management), 티볼리(Tivoli), 래쇼날(Rational), 웹스피어(WebSphere)를 포괄하며 구축과 관리, 운영 분야를 모두 공략한다. 솔루션 그룹은 코그노스(Cognos)와 SPSS 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분석 솔루션을, 로터스(Lotus)를 중심으로 협업 솔루션을, 유니카, 코어메트릭스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군별 솔루션 제공에 주력할 예정이다.

IBM은 'IT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밀접히 결합하는 환경 변화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요약한다. IT 제품 제공업체가 아닌 '경영과 기술 혁신의 파트너'로서 산업과 고객의 요구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70개 기업 흡수한 오라클,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 성공

데이터베이스의 최강자이자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도 인수합병에는 적극적이었다. 오라클은 지난 2005년부터 '그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평가할 만한 기업을 무려 70개 가까이 인수했다.

목적은 역시 사업확장과 변신이었다. 지난 2009년에 인수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라클의 이같은 목적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경우다. 오라클은 세계적 컴퓨터 서버 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업체로도 변신했다.

데이터베이스(DB)로 시작한 오라클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아우르는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였지만 이후 BEA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시장에서도 강자로 올라섰고 썬 인수 후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문의 통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수합병 덕분에 오라클은 최고 수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미션 크리티컬 컴퓨팅 시스템을 결합할 수 있게 됐고 애플리케이션에서 디스크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하는 테크놀로지,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의 4가지 비즈니스 영역의 솔루션 공급 뿐 아니라 컨설팅도 제공한다.

오라클의 경쟁력은 제품 공급의 유지와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게으르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오라클은 연구개발비로 연매출액의 12%에 해당하는 32억5천만 달러를 책정했다. 연구개발 인력 또한 2만8천여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분야와 서비스 부문의 지속적인 혁신과 장기 전략의 토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오라클의 주요 매출(2010년 기준)은 소프트웨어가 77%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서비스도 각각 9%, 14%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만들고 있다.

◆HP, PC사업 분사…SW와 서비스 분야로 영토 확장

HP는 최근 인수합병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PC 사업을 분리시키겠다고 발표한 이래 지난 3일(현지시각) 영국계 기업용 검색 솔루션 업체인 오토노미를 10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맥 휘트먼 신임 CEO 취임 이후 PC사업 부문 분사 결정을 보류한 상태지만 오토노미 인수는 오라클, MS, IBM 등의 회사와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HP가 정보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주목된다.

오토노미는 기업용 검색엔진 1위 업체로 코카콜라 등 2만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HP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조하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비즈니스 기술 최적화(BTO) 업체인 머큐리인터액티브를 인수하는가 하면, 컨설팅 및 IT서비스 업체인 EDS 또한 집어삼켰다.

아울러 지난 2년 동안 쓰리파(3PAR)를 비롯한 다수의 스토리지 업체와 아크사이트, 포티파이소프트웨어 등 보안 업체를 대거 인수하면서 '통합 솔루션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PC사업 부문 분리 '해프닝'과 모바일사업부 폐쇄 결정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모바일 기기 열풍에 대응키 위한 자구책일 뿐 경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를 넘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다.

HP는 인수합병에 관한한 아픔도 있다. 과거 두 번의 인수합병 실수 사례가 있었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2년 컴퓨터 업체인 컴팩을 인수해 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사양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휴대전화 업체 팜을 인수해 휴대전화와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 또한 모바일사업부를 폐쇄하면서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가 됐다.

◆델은 PC만 파는 회사?

델(Dell) 또한 과거 PC 판매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두루 아우르는 종합 IT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델은 그동안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토리지와 IT서비스 분야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지난 2008년 iSCSI 스토리지 업체인 이퀄로직을 14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 해 7월 스토리지 업체인 '오카리나 네트웍스'를 인수,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같은 달엔 서버 컴퓨터 업체인 스캘런트시스템을,지난해에는 IT서비스 업체인 페롯시스템즈를 39억 달러에, 올해 4월엔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포스텐(Force10)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델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NGCS(Next Generation Computing System)와 IDM(Intelligence Data Management) 개념을 발표했다.

NGCS는 서버를 판매할 때 단순히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델이 전략적으로 제시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기도 하다. IDM은 이퀄로직과 컴펠런트 인수 이후 스토리지 라인업 확보 차원에서 마련한 솔루션 판매 전략이다.

델의 지난 2010년 회계연도 매출은 약 529억 달러, 한화로 63조원이다. 각 분야별 매출은 ▲서버와 네트워킹이 60억 달러 ▲스토리지 22억 달러 ▲서비스 56억 달러 ▲소프트웨어 & 주변기기 95억 달러 ▲모빌리티 166억 달러 ▲데스크톱 PC 130억 달러였다.

◆M&A로 성장한 MS, 이젠 의료와 바이오까지

MS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가장 활발한 기업 인수 활동을 벌인 기업으로 평가된다. 1987년 포어소트를 인수해 'MS 파워포인트'로 발전시켰고, 1997년 핫메일을 인수해 'MSN' 서비스로 통합했다. 2000년 비지오 코포레이션을 인수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MS 비지오'로 발전시켰다.

2002년엔 네비전을 인수해 ERP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MS 다이나믹스 디비전으로 확대했다. 2007년 광고기업인 에이퀀티브를, 2008년 업무용 검색 기업인 패스트 서치 앤 트랜스퍼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85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인터넷 전화 업체인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MS는 그동안 10억 달러 이상 되는 기업 인수를 5건이나 진행했으며 여전히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MS는 전통적으로 오피스와 윈도즈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MS가 최근에 인수한 기업 중 주력 사업과 관련한 인수는 프로디언스 단 한 건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서버, 기업용 솔루션,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이뤄졌다.

특히 오팔리스, 인터랙티브 슈퍼컴퓨팅 등의 업체 인수는 MS가 기업용 서비스 및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동작인식 기술이 접목된 키넥트를 발전시켜 엑스박스(Xbox) 360 게임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3D 기술업체와 비디오 게임 개발업체를 인수한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MS의 인수 실적 중엔 의료, 바이오 분야에 대한 인수도 있다.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일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센틸리온과 생명과학 연구 업체인 로제타 바이오소프트웨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를 미래 수익 사업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순수 SW기업 지향하는 SAP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인 SAP는 하드웨어 분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소프트웨어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IBM, HP, 후지쯔, 델, 시스코 등과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영위하는 형태다.

SAP는 지난 해 사이베이스를 인수해 모바일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SAP는 사이베이스와 함께 제조, 소비재, 유틸리티, 하이테크, 석유가스, 유통 등의 주요 산업에 업무 프로세스와 정보를 모바일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07년에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분야의 강자 비즈니스오브젝트를 인수, 민첩한 기업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성과 향상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SAP 비즈니스오브젝트는 ▲전사적성과관리(EPM) ▲거버넌스, 리스크 및 규제준수(GRC) ▲환경보건안전(EHS) ▲웹 인텔리전스(Web Intelligence) ▲크리스탈 리포트(Crystal Reports) ▲익스플로러(Explorer) 등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종합 IT거인들의 각축전 '승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IT 거인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스택(stack)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스택(stack) 전략'은 IT기업이 운영 시스템에서부터 데이터베이스 관련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비용절감과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이미 한 분야에서 시장 기반을 탄탄히 구축한 IT거인들로서는 다른 분야의 제품들도 함께 공급하며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확장을 서두르는 셈이다.

게다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의 흐름상 한 가지 분야에만 매진하기 보다 여러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포트폴리오 전략도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상황. IT 기업들도 전통적인 수익모델로는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업 발굴과 변신을 시도했고 내부 개발력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기업 인수합병을 택했다.

문제는 과거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한 곳에 매진했던 기업들이 종합 IT기업을 지향하다보니 서로가 치열한 적으로 만나는 상황이 빚어진 것. IBM과 오라클,HP 등은 과거의 밀월관계를 모두 잊은듯 제품과 마케팅에서 날선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인수합병에 여전히 배고픈 글로벌 IT 거인들의 행보와 이들의 변신, 각 분야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인가의 이슈는 앞으로도 IT업계를 긴장시킬 전망이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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